[정치] 마가세력 입김, 주한미군 땅 요구…'트럼프 입'이 남긴 불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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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남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 직전 한국의 특검 수사에 관해 ‘숙청’ ‘혁명’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SNS를 통해 공개 우려를 표명한 것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력의 입김을 재확인한 사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미국보수연합(ACU) 고든 창 변호사는 트럼프의 숙청 글을 엑스(옛 트위터)에 곧바로 공유하며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썼다. 그는 지난 15일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한국의 6·3 대선은 부정선거이고, 이 대통령은 반미주의자”라는 취지로 주장한 극우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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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선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해준 오찬 메뉴판(왼쪽)과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 가운데는 백악관 기념 메달(Presidential Challenge Coin).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트럼프가 “오해”라고 정리하면서 일단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지만, 마가 세력이 ‘반(反)이재명’ 인식을 유지하는 한 언제든 이런 일이 다시 생길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의 SNS 발언과 같은 사건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은 아니고 또 반복될 수 있다”며 “이번에는 일본을 먼저 방문하고 안미경중 포기 발언으로 ‘친중’ 의구심을 상당부분 걷어냈지만, 이런 모습을 얼마나 꾸준히 보여주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2기 지지층이 1기와 다른 건 국제 연대와 반대 세력 제거를 통해 본인들의 신념이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도록 활동을 확장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해법과 대응 전략 마련의 중요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이 대통령과 회담 도중 주한 미군기지의 토지 소유권 이전 문제를 꺼낸 것도 향후 파괴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슈로 꼽힌다. 현실화 가능성과는 별개로 트럼프가 마음만 먹으면 동맹 현대화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다시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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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언급을 피했으나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미 육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 규모로 알려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 연합뉴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물론 한국 법제상으로도 외국 정부나 외국군에 대해 특정 지역 사용을 허가해 주는 것 외에 소유권 이전은 불가능하다”며 “이 대통령이 이에 특별히 답변하지 않았던 건 현명한 대처였다”고 평가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땅을 소유하겠다는 건 미국이 주장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는 배치되는 개념”이라며 “(방위비 문제와 관련해) 의도적으로 더 많이 양보하라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한·미 무역 협상 타결 당시에는 없던 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 참여를 불쑥 꺼낸 것 역시 향후 안보·통상 협상 카드로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채산성도 없는 데다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당장 중단될 수 있는 프로젝트”라면서도 “단칼에 자르기보다는 검토하되 시간을 최대한 끄는 쪽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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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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