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뉴욕 25번 갔다, 그림 그리러…서용선의 도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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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브루클린 ⓝ5, 2023~25, 캔버스에 아크릴릭, 61x79㎝. 사진 피비갤러리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지하철의 남자. 그가 입은 녹색 옷, 앉은 빨간 의자와 보라색 실내까지 온통 원색으로 경쾌한데도 화면을 지배하는 정서는 쓸쓸함이다. 건너편 지하철의 금발 인물들까지, 눈 맞추는 이 하나 없다. 서용선(74)의 근작 ‘브루클린 ⓝ5’다.

삼청동 피비갤러리에서 개인전 ‘도시와 사람들’

도시인의 공허함은 에드워드 호퍼만의 정서가 아니다. 서울 북촌로 피비갤러리에서다음 달 13일까지 ‘서용선: 도시와 사람들’이 열린다. 서용선은 역사 화가다. 지난 40여년 간 6.25를 비롯한 한국 근현대사, 지리산 풍경, 자화상 등 여러 갈래 주제를 자기만의 화법으로 풀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내년 7월 31일까지 열리는 미술은행 20주년 기념전 ‘돌아온 미래: 형태와 생각의 발현’에도 그의 초기작 ‘소나무’(1983)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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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생각중'(2023ㆍ2025) 앞에 선 화가 서용선. 권근영 기자

그가 집착하는 주제는 도시와 사람. 나고 자란 서울이 변화되는 시간과 과정, 베를린 거리, 베이징의 버스, 뉴욕의 지하철 안에서 만난 도시인의 모습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관찰해 왔다. 특히 1992년 첫 방문 이후 올 초까지 25번 뉴욕을 오가며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용광로처럼 서로 섞이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연작을 발표했다.

도시는 그저 그림의 배경에 그치는 게 아니다. 서용선은 각 도시에 단기 거주하면서 대중교통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한다. 거칠고 단순한 선은 일상의 반복을 통해 몸으로 밀고 나가는 인식의 풍경이요, 서용선의 도시 역사화를 이룬다.

서용선은 서울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교수로 재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09), 이중섭미술상(2014)을 받았다. 아트선재센터(2023년 서울), 미즈마 갤러리(2019년 뉴욕), 아르코미술관(2016년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다음 달 13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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