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땅장사” 비판 받던 LH 개혁 착수…택지 매각→국가 직접 개발 전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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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택지 매각 중심의 사업구조를 타파하고, 공공 주도 개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28일 외부 전문가를 위촉해 ‘LH 개혁위원회’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택지 개발, 주거복지 등 부문별 LH 사업방식 개편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LH의 기능ㆍ역할 재정립 ▶ LH의 재무건전성 확보 및 책임 있는 경영체계 확립을 다룰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쯤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가 집값 안정보다 땅장사로 비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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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LH 개혁은 조직 분리보다는 사업 재편과 기능 재정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LH는 택지를 조성한 뒤 매각해 얻은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손실을 메워왔다. 이른바 ‘교차 보전’ 체계다.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춰 주거 약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할수록 적자는 커진다. 결국 LH는 여기서 발생하는 적자를 수도권 공공분양이나 택지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충당한다. 정부는 이 방식이 택지를 비싸게 팔게 만들고, 결국 집값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LH는 2013∼2022년 10년간 여의도 14배 면적 규모의 택지를 78조 원에 매각했다.

대안으로 공영개발 방식이 거론된다. LH가 민간에 택지를 팔지 않고 직접 개발해 분양ㆍ임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존의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분양해 집값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주목받는 사례는 국토의 90% 이상을 국가가 소유한 ‘싱가포르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시절과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싱가포르식 공공개발 모델을 언급한 바 있다.

싱가포르 토지청(SLA)은 국가 소유 토지를 개발하고, 주택개발청(HDB)이 시장 가격으로 이 택지를 취득한다. HDB는 택지 개발 이후 주택 건설과 분양까지 모두 담당한다. 민간 건설업체는 HDB가 개발하는 주택의 시공사로만 참여한다. HDB가 시행사이자 감독기관으로 민간 시공사를 관리한다. 사실상 국가 소유라, 장기 임대로 거주할 수 있다.

문제는 LH가 이미 160조원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 비율은 218%에 달한다. 향후 5년간 최대 14조원의 추가 적자까지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방법이 무엇이든 민간 분양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목적”이라며 “문제는 이 방법으로 적자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택지 매각 방식보다 재무 건전성에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현경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도  ‘LH 개발이익 발생구조와 교차보전 체계의 성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수익구조 변화, 투자ㆍ회수의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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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LH 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LH의 기능과 역할 조정 얘기도 나온다. LH는 앞으로 공공주택 건설ㆍ공급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일부 기능은 지방 공기업이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개혁위 민간위원장은 임재만 세종대 교수가 맡았다. 임 교수는 공공택지를 민간이 매입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꾸준히 문제 삼아온 인물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주택 사업의 구조와 방식을 원점에서 검토해 더 많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주거 안정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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