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엄마 아빠는 또 무릎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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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장애인 부모들은 성진학교 설립을 요구하며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을 살려 달라”고 무릎을 꿇었다. 전율 기자

발달장애인 편경수(25)씨는 2013년부터 8년간 매일 왕복 3시간 버스로 통학했다. 편씨가 사는 서울 중랑구에는 특수학교가 없어 광진구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지체 장애 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가 있는 곳은 7곳뿐이다. 당초 중랑구에도 2017년 특수학교인 ‘동진학교’가 개교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 반대로 부지를 여덟 차례 옮긴 끝에 올해 겨우 공사를 시작했다. 개교가 미뤄진 10년6개월간 편씨는 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성동구에 설립 예정인 ‘성진학교’(가칭)도 비슷한 처지다. 서울시교육청은 2023년 성수공고 폐교 부지에 지체장애 학생을 위한 총 22학급 규모의 특수학교를 세우기로 했다. 교육부·국토부 등의 심사 및 심의를 전부 통과하고, 최종적으로 다음 달 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와 같은 달 12일 최종 의결만 앞두고 있었다. 한데 일부 지역 주민과 지자체 의원이 반대에 나서면서 학교 설립이 보류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21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열린 성진학교 설립 주민설명회에서 일부 주민들은 “일반고를 세워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 부위원장인 황철규 의원은 “장애인 학생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고 같이 살아야 한다”면서도 “성진학교는 가까운 덕수고등학교 부지로 옮기고, 성수공고 자리에는 우리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좋은 학교’를 유치해 달라고 교육청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 학부모 단체는 반발했다. “예정 부지에서 밀려나서 제대로 특수학교 설립이 진행된 곳이 없다”는 이유다. 12년 동안 부지를 여덟 차례 옮겨야 했던 동진학교를 예로 들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와 전국 통합교육학부모협의회 등 장애학생 학부모 150여 명은 지난 2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진학교 설립 승인을 촉구했다. 중증 장애 자녀와 함께 성동구에 산다는 권숙씨는 “스스로 한 발 내딛지도 못하는 아이를 새벽부터 깨워 하루 왕복 서너 시간씩 차에 태워 보내야 하는 심정을 여러분은 모를 것”이라며 “학교를 지어 우리 아이들과 저희를 좀 살려 달라”며 무릎을 꿇었다. 회견장을 찾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성진학교 설립에 차질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시의회 최호정 의장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성진학교 설립에 대한 확답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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