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비쿠폰에 등골 휘는 지자체…재난기금까지 끌어다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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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회복 소비쿠폰' 사용으로 소비 심리 및 소상공인 매출이 상승했으나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모습. 연합뉴스

다음 달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발행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의 등골이 휘고 있다. 세수(稅收) 감소 등으로 살림살이가 빠듯한 상황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쿠폰 예산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다 보니 아예 빚을 내거나 재난 관련 기금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2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는 1조799억원 규모의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여기에 소비쿠폰 2차 발행 예산 8988억원이 담겨 있다. 국비 지원은 5488억원, 나머지 3500억원은 시 예산으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예산 사정이 녹록지 않다. 실제 쓸 수 있는 가용 재원이 거의 바닥났다고 한다. 서울시는 지난 6월 1차 추경예산안 편성 당시 지난해 사용하고 남은 잔금(순세계잉여금) 등까지 이미 긁어다 썼다.

서울시는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이에 소비 쿠폰 국고 보조율이 90%인 다른 시·도와 달리 유일하게 75%다. 그만큼 부담이 더 크다. 서울시는 결국 빚을 내기로 했다. 김설희 시 예산담당관은 “(3500억원 규모) 지방채 발행이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부산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소비 쿠폰 2차 발행에 필요한 시비는 203억원 규모. 부산시는 지방채 등을 써 마련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최대한 적게 빚을 내 채무를 줄여왔는데, (소비 쿠폰으로) 올해 지방채를 최대치로 발행해야 할 판”이라며 “앞으로 이자 부담이 늘고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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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충남 논산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 쿠폰 사용 가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광주광역시도 역시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소비 쿠폰 발행으로 202억원의 지방비 부담을 안게 된 광주시는 재정자립도가 12.5~19.6%에 불과한 5개 자치구와 분담 몫을 정하느라 한 때 진통을 겪기도 했다. 자치구들이 5대 5 아닌 8대 2를 요구하면서다. 광주시는 소비 쿠폰과 별개로 5개 구청에 100억원의 특별 교부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부담 비율을 5대 5로 결론 냈다. 세종시도 지방채 발행을 고심하고 있다.

기금에 손을 댄 곳도 있다. 대구시의 경우 2차 소비 쿠폰 사업에 필요한 시비 187억원을 다음 달 열리는 3차 추경 예산안에 편성, 시의회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지방채를 쓰지 않으려 재난안전기금과 재해구호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1차 소비 쿠폰 지급 당시 284억원을 분담한 대전시는 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가져다 썼다. 2차 때도 같은 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취득세 수입 등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소비 쿠폰을 위해 1800억원을 부담해야 해서다. 경기도는 실·국 사업비를 일괄적으로 줄이고, 각 부서 세출 예산도 20% 깎는 방향으로 다음 달 2차 추경 예산안을 편성할 방침이다. 더욱이 고정 비용인 경상경비를 일괄적으로 10%씩 감액하기로 했는데, 2013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2차 소비쿠폰 지급 규모를 77억원(도비 기준)으로 잠정 추계한 전북도도 사업의 시급성 등을 따져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충북도는 가능한 방법을 모두 쥐어짰다. 지방채 발행을 비롯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활용, 하반기 아직 진행하지 않은 사업비를 일부 감액하는 방법 등으로 소비쿠폰 발행에 필요한 도비 63억원을 마련했다.

재정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강원도는 아예 소비 쿠폰을 100% 전액 국비로 지급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지방비 매칭은 강원도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라며 “전액 국비로 지원해 달라는 요청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전국의 타 시·도 역시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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