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해 파면을 선고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당시 상황에 대해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지난 2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3'에 출연해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순간을 다시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어 진행자 손석희가 "인간적으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인데 마지막 문장 '아무개를 파면한다'를 연습했냐"고 묻자, 문 전 재판관은 "4번 정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 재판장이 주문을 읽을 때 원고를 보는 것 같았다"면서 "그런데 주문이라는 것은 정면을 바라봐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연습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연습했음에도 마지막 순간에는 고개를 숙이는 습관이 나왔다고 했다.

문 전 대행은 "사실 그 날 재판관 8명이 모였다"며 "제가 평소 말이 빠르고 목소리가 작아 재판관들이 크게 또박또박 읽어보라고 요구했지만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무실에 가서 또박또박 크게 연습했다"며 "제가 카메라를 보고 주문을 읽고 속으로 '됐냐', '이 정도면 되겠느냐' 그런 마음으로 끝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손석희는 "4월 1일 표결이 8대0이었냐"고 물었다. 문 전 대행은 "네"라며 "개인적으로 만장일치 해야 하고 만장일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정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그렇고, 그만큼 사안이 명백했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표결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4월 1일 선고기일을 지정해야 4월 4일 선고가 가능했다. 4월 4일을 넘길 경우 제 퇴임이 4월 18일이라 남은 시간이 일주일에 불과해 탄핵 재판이 표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손석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이 넉 달을 바깥에서 흔히 표현하기를 '활보했다'고 한다"라며 "자신 때문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는 모습이 나왔다. 당초 구속이 취소되고 석방이 됐을 때 평가하기 어렵냐"고 물었다. 이에 문 전 대행은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밝히지는 않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어 손석희는 "윤 전 대통령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감옥으로 갔다. 다시 구속된 것,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하시느냐"고 질문했다. 문 전 대행은 "재판이 진행 중이라 제삼자 입장에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재차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