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텔 지분 10% 가져간 美정부 속셈…"파운드리 팔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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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부 탄(Lip-Bu Tan) 인텔 CEO가 지난 4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회사 연례 제조 기술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텔 지분 10%를 확보한 미국 정부가 합의 과정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 매각을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스 진스너는 28일(현지시간) 도이치뱅크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정부는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하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이번 지분 거래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인텔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 문서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따라 인텔에 89억 달러(약 12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했다. 주목할 건 인텔이 파운드리 지분을 직·간접적으로 최소 51% 이상 보유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주당 20달러에 인텔 지분 5%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5년 만기 ‘워런트(신주인수권)’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텔 파운드리 부문은 지난해에만 130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손실을 내는 등 적자가 누적되면서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트럼프 정부가 이번 조건을 명시한 것도 파운드리 매각 시 인텔의 지분 구조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분리·매각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진스너 CFO는 “우리가 파운드리 지분을 50% 이하로 줄일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며 “결국 이 워런트는 행사되지 못하고 소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FT는 “이번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가 인텔의 선택지를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제약을 둔 건 미국 반도체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파운드리 사업 부문이 반드시 필요해서다. 미국 반도체 산업은 퀄컴·엔비디아·AMD 같이 생산 공장이 없는, 설계 중심의 팹리스(fabless) 기업이 주류다. 실질적인 생산 공장은 대부분 대만 TSMC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 구상하는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 전략에서, 생산 능력을 갖춘 인텔 파운드리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이번 거래로 인텔은 당장 자금을 확보하는 효과를 봤다. 인텔은 현재 정부 투자금 57억 달러를 받았고 나머지 32억 달러는 국방부와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될 예정이다. 진스너 CFO는 “이번 분기는 현금 조달 측면에서 매우 큰 성과였다”며 “자본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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