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덕수, 계엄포고령 미리 받았다…국무회의 정족수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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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당일 위헌‧위법한 내용이 담긴 포고령을 미리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총리는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무회의 개최 정족수(11명) 현황을 손가락으로 세어가며 확인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은석(60‧사법연수원 19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팀은 이런 수사 내용을 담아 29일 오전 10시30분 한 전 총리를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쯤 대통령실로 최초 호출된 국무위원 중 1명이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1차로 소집했다.

12월3일 오후 8시 계엄 포고령 받아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실로 온 뒤 대통령 집무실에서 포고령을 받은 것을 확인했다.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파업 중이거나 현장 이탈한 모든 의료인 처단’ 등의 내용이 담긴 그 포고령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포고령 내용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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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전 국무총리(오른쪽)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9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서울안보대화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특히 특검팀이 확보한 당시 대통령실 내 폐쇄회로(CC)TV 장면에서 한 전 총리가 김용현 전 장관과 국무회의 소집 관련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 전 장관이 손가락으로 ‘4명’ ‘1명’ 등을 표현하면서 한 전 총리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김 전 장관과 함께 정족수에 필요한 국무위원이 도착했는지 함께 점검한 것으로 봤다.

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해서 “국무위원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다”는 한 전 총리 측 주장과는 달리 정족수를 채우기에만 급급했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한 전 총리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해 국무회의 참석을 독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족수가 채워지면서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17분쯤 열린 국무회의는 5분여 만에 끝났다. 윤 전 대통령은 10시28분쯤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집무실로 돌아왔다. 당시 국무위원들은 돌아가려 했지만, 대통령실 측 관계자가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서명)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다시 대접견실에 모였다.

국무위원들에게 계엄선포문 서명 요청

한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서명은 하고 가라, 참석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라는 취지로 국무위원들에게 서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국정 2인자인 한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사실상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무위원은 서명을 거부했고, 그대로 돌아갔다. 조태열 전 장관의 경우 계엄 관련 지시 내용이 담긴 문건도 대접견실에 놔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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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내란 특검보가 29일 오후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의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총리가 조 전 장관이 남긴 문건을 챙겼다고 한다. 이후 이상민 전 장관에게 ‘남으라’고 한 뒤 16분가량 논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특정 언론사 등의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19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도 고의로 지체하게 한 정황도 확인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 3분쯤 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약 3시간24분 지난 오전 4시27분이 돼서야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렸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하는데, 한 전 총리는 해제 건의 등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무조정실장의 건의가 있었음에도 ‘기다리라’고 했단 것이다.

한 전 총리는 특검팀 조사 과정에서 포고령을 미리 받았던 점과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김 전 장관과 국무위원 소집 현황을 점검한 점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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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저도 호남 사람"이라며 참배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팀은 지난 24일 한 전 총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지난 27일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실익이 없고, 법원이 사실관계에 대해선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처분을 통해서 유‧무죄 판단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이날 한 전 총리를 재판에 넘겼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에서 “한 전 총리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던 최고의 헌법기관임에도 윤 전 대통령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질서를 유린할 것을 알면서도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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