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골을 터트린 울버햄프턴 황희찬이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다. 최근 하늘나라로 떠난 할아버지를 향한 세리머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울버햄프턴 황희찬(29)이 시즌 첫 골을 터트린 뒤 최근 하늘로 떠난 할아버지를 향한 세리머니를 했다.

황희찬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리고 있는 에버튼과 2025~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라운드 홈 경기 0-1로 뒤진 전반 21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마셜 무네치가 올려준 크로스를 황희찬이 문전쇄도하며 왼발로 차 넣었다. 상대 수비수 사이를 뚫고 나온 황희찬이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울버햄프턴 황희찬이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황희찬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손목에 입을 맞춘 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지난 25일 하늘로 떠난 할아버니 황용락씨를 향한 세리머니다. 황용락씨는 6.25 참전용사다.

황희찬 할아버지는 참전 용사 출신이다. [사진 황희찬 SNS]

황희찬은 지난 26일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하늘로 떠난 할아버지에 부치는 추모의 글을 남겼다. 황희찬은 “어려서 부터 언제나 듬직하고 든든했던 할아버지. 항상 옆에서 지켜주고 올바른 것만 가르쳐 주시던 할아버지”라며 “옛날 할아버지가 실제 겪었던 전쟁 얘기를 해주면 믿기지도 않고 신기하기만 하지만, 그런 분이 내 할아버지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웠다”고 썼다.

이어 황희찬은 “할아버지에 비하면 정말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지만, 대표선수로서 조금이나마 기여했던 부분에서 할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손자였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 최우수선수 트로피를 조부모에게 선물한 황희찬. [사진 황희찬 SNS]

황희찬은 효심이 깊다. 황희찬이 이날 골을 터트린 뒤 입을 맞춘 손목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대기업 건설사를 다닌 아버지와 어머니가 맞벌이를 해서, 황희찬은 어릴적 조부모 손에 자랐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극장골을 터트려 16강 진출을 이끈 황희찬이 귀국 후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조부모 댁이었다. 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포르투갈전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선물했다.

황희찬은 지난해 유퀴즈에 출연해 “어릴적 부모님이 일을 하고 저녁에 오시니, 조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같이 저녁도 먹었다. 할머니는 항상 제 컵에 물을 받은 뒤 손자가 목 마르지 말라고 기도하신다”며 “오래 오래 아프지 않고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효심이 깊은 황희찬은 손목에 조부모 이름을 문신으로 새겼다. [사진 황희찬 SNS]

지난 시즌 주전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은 황희찬은 직전 경기인 27일 웨스트햄과 카라바오컵(리그컵)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비토르 페레이라 울버햄프턴 감독은 “이번주에 황희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가. 친밀한 관계였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한국에 가야 되지 않겠냐고 물으니 팀을 돕기 위해 여기 남겠다고 했다. 인품에 찬사를 보낸다. 그는 내가 여기 남겨두고 싶은 선수”라고 했다.

황희찬은 최근 크리스탈 팰리스, 에인트호번(네덜란드) 이적설도 돌았다. 다음달 미국 원정 평가전에 나설 한국축구대표팀에 발탁되지 못했다.조부상에도 한국에 가지 않고 팀에 남은 황희찬은 아픔과 시련을 극복하고 이날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