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숙사방 꾸미는데 1400만원" 美대학생 럭셔리 인테리어 열풍 [세계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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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8월 촬영된 미시시피 대학의 한 기숙사 방. 금박이 박힌 머리판과 맞춤 제작 베개를 갖춘 우아한 스타일의 기숙사.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AP=연합뉴스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서 기숙사 방을 럭셔리하게 꾸며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학생과 부모는 방 하나 꾸미는 데 1000만원이 넘는 큰 돈을 지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WP는 최근 보도에서 미국 대학가에서 대학교 기숙사 방을 마치 고급 리조트를 연상케하는 공간으로 조성한 후 이를 틱톡 등 SNS에 올리는 것이 하나의 유행이라고 조명했다.

틱톡에서 #dormlife(기숙사 라이프) #dormessentials(기숙사 필수품)이라는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콘텐트. 기숙사를 가정집처럼 편안하고 우아한 느낌으로 꾸민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 틱톡 캡처
틱톡이 불러온 대학 기숙사 빈부 격차
WP는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부모들의 사랑이 있다고 분석했다. 집을 떠나 먼 곳에 떨어진 대학에 간 자녀가 향수병을 앓지 않도록 기숙사 방을 가정집처럼 포근하고 아늑하게 꾸며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은 기숙사 구조와 인테리어 업체 정보 등 관련 노하우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커뮤니티에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약 1년 전부터 방을 어떻게 꾸밀지 계획하고, 고급 매트리스 토퍼부터 시작해 고급 벽지, 맞춤형 침대 머리판, 맞춤형 커튼, 고급 린넨 침구 세트, 예술 작품이 들어 있는 액자, 심지어 베갯잇 하나까지 맞춤 제작을 한다고 WP는 전했다.
“부모의 사랑이란 469달러(약 65만원)짜리 매트리스 토퍼를 사주는 것일까?”
WP는 미국 대학생 부모들이 자녀의 기숙사 방 꾸미기에 들이는 비용을 전하며 이같이 질문을 던졌다. 기숙사 방 하나를 꾸미는 데 부모들이 5000달러(약 694만원)에서 최대 1만 달러(약 1389만원)의 거금을 들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면서다.
또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생들이 먼저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행사 전문 디자이너로 일하는 멜라니 터너는 곧 조지아 주립대학교에 입학하는 조카에게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은지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고 말했다. “틱톡에 나오는 것처럼 제 기숙사 방을 꾸며주세요.” WP는 “미국 대학생 모두가 전문가가 꾸민 기숙사 방에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SNS에서는 마치 모두 그런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이케아 매장에서 볼 수 있는 기숙사 인테리어 기획전. 사진 틱톡 캡처
이런 현상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재임했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하버드대학교 재학 시절에 기숙사 방에 어머니가 주문해 준 양탄자, 커튼, 침구를 마련해 놓고 살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예일대학교 재학 시절에 기숙사 방을 고급 저택 침실처럼 꾸며 놓고 미래의 아내가 될 바버라 여사와 함께 손님을 맞이했다고 한다. WP는 “차이점은 틱톡같은 SNS에 이같은 모습을 과시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WP에 따르면 기숙사 방 분위기에 따라 교우 관계도 달라진다고 한다. 조지아 주립대 3학년으로 기숙사 조교로 일하고 있는 헤이즐 투그비예일레는 “대개 캠퍼스 생활에 활발하게 참여할 생각이 있는 외향적인 사람들은 기숙사 방을 화려하게 꾸미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방을 미니멀하게 꾸민다”며 “각각의 그룹은 기숙사 같은 층에 있어도 절대 교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 비영리 단체들은 무료로 기숙사 방 꾸미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하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보그룸’ 재단은 매 학기마다 지원자를 모집, 인당 2000 달러(약 277만원)를 투입해 무료로 방을 꾸며주고 있다. 보그룸 관계자는 “원래는 여학생들만 대상으로 했는데, 요즘은 남학생들도 지원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남학생 대상 지원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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