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수 한계’ 중국차, 현대차가 점찍은 유럽·동남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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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유럽·동남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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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의 차량이 지난 3월 방콕국제모터쇼에 전시돼 있다. BYD는 국내에 아토3, 실 등을 출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급성장했던 중국 자동차가 올해 상반기 주춤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수익성 회복을 위해 유럽·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현대차그룹에는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29~30일 발표된 중국 자동차업체 6곳의 올해 1~6월 실적을 종합한 결과 비야디(BYD)를 제외한 5개사는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감소했다. 지리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92억 위안(약 1조8000억원)으로 14% 줄었고, 창청자동차(GWM)는 63억 위안(약 1조2000억원)으로 10% 감소했다. 상하이자동차는 같은 기간 9% 줄었고, 둥펑자동차는 92% 급감했다. 광저우자동차(GAC)는 25억 위안(약 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BYD는 올 상반기 순이익 155억 위안(약 3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해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은 “BYD의 분기별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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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BYD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214만6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다. 그런데도 2분기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BYD가 5~6월 내수 판매 가격을 최대 34% 낮춘 것과 관련이 깊다. 중국 내수시장 점유율 1위(4월 기준 29.7%)를 유지하던 BYD는 지리차 등 경쟁사의 점유율이 점차 늘자 이를 뿌리치기 위해 마진을 줄이며 할인에 나섰다. 이에 경쟁사가 가격 할인에 나서자 내수 시장에서 출혈 경쟁이 촉발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시장 감독에 나섰지만 지난 6월까지 출혈 경쟁이 이어지며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평가다. BYD는 최근 전기차 세단 ‘진L’ 가격을 1만 위안(약 200만원) 내리며 가격 할인 정책을 이어가고 있어 하반기 수익성에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제는 실적 악화에 따른 투자 여력 축소다. 이는 중국 자동차 품질 저하와 공급망 훼손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은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BYD는 최근 말레이시아에 전기차 반조립(CKD)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하며 태국·인도네시아·캄보디아에 이은 네 번째 동남아 생산거점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에선 헝가리·튀르키예에 이어 슬로베니아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BYD의 해외 전략은 현대차·기아의 전략과 겹친다. 현대차·기아는 슬로바키아(35만 대), 인도네시아(9만 대) 등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데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선 중국이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BYD는 7월 유럽에서 1만3503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 달 대비 225% 늘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는 9만1819대를 판매해 BYD보다 절대적으로는 많이 팔았지만 지난해 7월보다는 2.3% 감소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내수시장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편의·안전기능을 개발·상용화하고 있는데, 현대차·기아도 벤치마킹해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가격은 중국차 대비 조금 비싸더라도 디자인, 주행 안전, 브랜드 프리미엄을 앞세운다면 유럽과 동남아 시장에서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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