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우리말 바루기] ‘작다’는 것으로 오해하는 말: 소견, 소기, 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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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소견에 따라 퇴원했다.” “심리학자의 소견에 따르면….” 이 표현들의 ‘소견(所見)’은 ‘전문적’이란 뉘앙스를 풍긴다. 이런 뉘앙스는 글로 적힌 문서, ‘소견서’란 표현에선 더 짙어진다. 특정 분야 전문가의 판단이 전제됐을 때 ‘소견’은 이처럼 실제 갖고 있는 의미 이상의 가치를 보인다.

‘소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물건을 보고 갖게 되는 생각이나 의견’이다. ‘작다’는 뜻이 없다. 다음 문장의 ‘소견’은 사전의 뜻풀이와 잘 맞는다. “상대방은 긍정적 소견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소견을 당당하게 발표했다.” 한데 일상의 말들에선 또 다른 의미로 쓰인다. “제 소견으로는” “여기서 소견을 말씀드리는 건”이라고 할 때 ‘소견’은 작은 의견, 자신의 생각을 낮춘 말로도 이해된다. ‘하찮은 생각’쯤으로 더 낮춰 쓰이기도 한다.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분명하게 전달하려면 ‘소견’ 대신 ‘생각’이나 ‘의견’이라고 하는 게 낫다.

‘소기(所期)’와 ‘소정(所定)’에도 ‘작다’는 뜻이 없지만 오해하는 일이 흔하다. ‘소기’의 뜻은 ‘기대한 바’다. “우리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소기의 효과를 기대한다”처럼 쓰인다. 그렇지만 본래의 뜻이 아니라 ‘작은’ ‘적당한’ 정도로 이해하기도 한다. ‘소기의’보다 ‘기대한’ ‘목표한’이 더 분명하다.

‘소정’은 ‘정해진 바’다. “소정의 절차”는 간략한 절차가 아니라 정해진 절차, “소정의 원고료”는 작은 원고료가 아니라 정해진 원고료를 뜻한다. 소정의 원고료라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액수를 알려주는 게 좋다. 그러기 어려우면 ‘소정의’ 대신 ‘정해진’이라고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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