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갑질·업무과다 사망’ 20대 경찰관 순직 인정…“셋 중 한 명 순직 거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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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관계자들이 지난 4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무상 사망한 경찰관들 순직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직장 내 괴롭힘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경찰관이 사망 1년 2개월 만에 순직을 인정받았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는 지난달 27일 인사혁신처가 고모 경사(사망 당시 28세)의 유족에게 순직 인정 결정을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충남 예산경찰서 경비안보계에 일했던 고 경사는 가족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뒤 병세가 악화한 고 경사는 지난해 7월 22일 오전 예산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충남경찰청의 감찰 조사 결과 고 경사가 2020년 예산경찰서 교통관리계에 근무할 당시 계장이었던 A씨가 욕설, 사적 심부름, 아침 초과근무 강요 등 7차례 갑질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됐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분은 가장 낮은 징계인 직권 경고에 그쳤다. 이후 고 경사의 유족은 개인 휴대전화, PC, 녹음 파일, 정신과 진료기록 등 자료를 토대로 고씨의 순직을 신청했다. 자료에는 갑질뿐 아니라 업무가 과다했다는 정황도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유족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순직 인정으로 동생의 명예가 회복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며 “예산경찰서와 충남경찰청의 협조, 그리고 동료들의 진술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순직 승인에 따라 고 경사의 유족에게는 유족보상금과 순직유족연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공무상 사망한 경찰관들 순직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 동안 자살한 현직 경찰관은 115명이었다. 연도별로는 2020년 24명, 2021년 24명, 2022년 21명, 2023년 24명, 2024년 22명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23명으로 한 달에 경찰관 1.9명이 자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공무상 순직 인정은 까다롭다. 공무원재해보상법에 따라 사망과 직무 간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인사혁신처에서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경찰직협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순직 처리된 인원이 32명, 불승인을 인원은 11명이다. 3명 중 1명은 순직을 거부당한 셈이다.
자살은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순직 인정이 험난하는 게 경찰직협의 설명이다. 민관기 경찰직협 위원장은 “질병과 업무 연관성을 증명하지 않고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상추정제가 도입되는 등 일부 제도 보완은 이뤄졌다”면서도 “여전히 순직 입증 책임은 유족에게 있는 만큼 직무 중 갑질 등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에 지휘부의 적극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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