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코치 폭행에 유도대표 꿈접은 13살…그 코치는 체육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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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초등부 도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유도에 ‘진심’이었던 A(13)군은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며 종목을 바꿨다. 지난 2024년 5월 전지훈련에서 코치 이모(50)씨에게 폭행당한 뒤 생긴 트라우마 때문이다. A군의 학부모에 따르면 이씨의 폭행은 A군이 훈련 중 벌어졌다고 한다. 훈련 태도를 지적하던 이씨가 A씨를 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엉덩이를 비롯해 온몸을 때렸다고도 했다.

폭행당해 유도를 그만 둔 피해자의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일러스트 챗GPT
A군의 어머니는 “훈련에서 돌아온 아이의 팔과 다리에 멍이 들어 있어 확인하니 온 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 며 “타박상 및 염좌로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한동안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어 “아들이 종목을 바꾸고도 유도를 취미로라도 하고 싶어 할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 코치를 다시 만날까 두려워 대회에 못 나갈 것 같다고 하니 속상할 따름”이라고도 덧붙였다.
아동 학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는 지난 4월 8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3년을 선고받았다. 아동 관련 기관에 3년 동안 취업제한 명령도 받았다. 이씨는 “변명의 여지없이 제가 잘못한 게 맞다”며 “20년 동안 그런 일이 없었는데, A군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A군이 제 탓에 유도를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조만간 유도 판을 떠나 조용히 학생들을 응원하는 정도로만 참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A군이 폭행당한 직후 A군의 어머니가 찍은 사진. 몸 곳곳에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 있다. 사진 독자
문제는 이 코치가 법원 판결 하루 뒤인 지난 4월 9일 해고당해 더 이상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설 체육관에서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체육관 대표전화는 이 코치의 개인 휴대전화로 연결되고, 지난 8월 21일에는 관원들과 함께 워터파크에 놀러간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기도 했다. A군의 학부모는 “아이가 겪을 고통을 생각하면 그 체육관이 없어졌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 코치는 이에 대해 “(항소로)형이 확정되지 않았고, 체육회 측에서도 아직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며 “(사건 이후)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고, 관장으로서 체육관 관리 정도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달 안에 관장 업무를 다 마무리하고, 지도자 생활을 접을 생각”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씨의 활동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충청남도체육회가 이 씨의 징계를 충남유도회에 이첩했는데, 충남유도회가 이 씨의 징계를 항소심 결과가 나온 뒤에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전경. 연합뉴스
한편 대한체육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재범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판결이 늦어지면서 징계가 늦어지고 있고, 그 탓에 가해자가 계속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자체에 문제가 있어 제재가 필요한 건 분명하다”며 “체육계에 지도자와 미성년 학생 간 폭력이 만연한 상황이고, 체육회 역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역시 지난 8월 21일 “지도자와 학생 간의 폭력을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체육계 일부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 5월 피해자와 가해자의 즉시 분리와 심리안정 장치 의무화, 성인 지도자에 의한 미성년자 폭력 등에 대한 가중처벌 신설 등 핵심 규정 개정을 마쳤다”다. 이어 “관계부처와 협력해 현장에서 폭력과 은폐 관행을 근절할 실효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퇴출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확립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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