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中억류 풀려난 韓선원들…'핏자국 실종' 결국 미제 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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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해역에서 일어난 한국인 선원 실종 사건으로 억류됐던 화물선이 사건 발생 2개월 만에 풀려났다. 중국 당국이 실종자들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조사를 마친 가운데 선박 내부를 피로 물들인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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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 이미지그래픽

두 달 만에 선박·선원 풀려나

2일 외교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파나마 선적 A호(1만6000t급ㆍ화학제품운반선)에 대한 억류가 지난달 풀렸다. 취재를 종합하면 A호 출항 허용 결정은 지난달 15일 이뤄졌으며 A호는 상하이에 있는 조선소에서 정비를 받은 뒤 22일쯤 출항했다.

본래 A호엔 한국인 선원 9명과 필리핀 선원 14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배가 중국 해역을 지나던 지난 6월 23일 오후 7시30분쯤(현지시각) 한국인 선원 가운데 B씨(50대)와 C씨(30대) 등 2명이 실종됐다. 중국 당국이 사건 수사를 시작하면서 A호는 두 달가량 억류됐다. 중국 측 수사는 결국 두 사람의 행방을 확인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고 한다.

신고는 실종 사건으로 됐지만, 현장 및 주변인 조사 과정에선 살인 사건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실종된 2명 가운데 B씨는 기관장이며, C씨는 하급자인 기관사였다. 기관장이 선원에게 내리는 ‘승선원 평가’를 두고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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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제품운반선(PC)선 시운전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사건 당일 A호 주방에서 사용되던 주방 칼이 사라졌다. B씨의 방 내부가 피로 흥건했고, 이 방에서부터 선미까지 이어지는 핏자국도 발견됐다. B씨 방문 앞엔 ‘쉬는 중이니 방해 말라’는 내용의 쪽지가 붙어 있었는데, 함께 배에 탄 선원들 진술엔 이 쪽지에 적힌 필체가 B씨가 아닌 C씨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담겼다고 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배에 남은 선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A호에 탔던 선원들은 선사 측 자체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교대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선사 측과 소통하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ㆍ수색 공조 거부… 해경선 “현장 못 봐 아쉽다”

A호 인력 송출ㆍ관리는 부산 업체에서 했다. 이 실종 사건은 부산해양경찰서에도 접수됐다. 해경은 중국 측에 수사 및 수색 공조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됐다.

해경은 A호에 탔던 선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검토하고 있지만,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이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실종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해경 내부에선 “사건 현장을 보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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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에 나포된 중국어선. 중앙포토

최정호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부 교수는 “살인 사건으로 의심되는 정황만 있을 뿐 직접 증거가 없는 사건으로 보인다. 지금 확보된 증거로는 실종자 2명 사이에 통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영장을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이어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형사 사건에서도 수사 주체 사이에 소통이 강화되면 더 정확한 수사와 정보 공유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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