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8월 물가 1.7%? ‘더위 먹은’ 먹거리 물가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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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통계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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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휴대전화 요금의 일시 인하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깜짝 둔화’했다. 다만 추석을 한 달여 앞두고 농축수산물과 가공식품 등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밥상 물가 관리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7% 올랐다. 7월(2.1%)보다 상승률이 0.4%포인트 낮아지며, 지난해 11월(1.5%)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요금 인하 효과가 컸다. SK텔레콤은 해킹 사태 등에 대한 보상책으로 8월 한 달간 2000만 명이 넘는 전체 가입자의 통신 요금을 50% 감면했다. 휴대전화료 인하 효과로 통신 부문 물가가 전년 대비 13.3%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내렸다. 통계청은 통신비 인하가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2.3% 수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2.6%) 이후 13개 만에 최대 폭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한은에서 열린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9월 물가 상승률은 일시적 하락 요인이 사라지면서 2% 수준으로 다시 높아질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2% 내외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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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실제 통신비 인하 효과를 제외하면 전체 물가 흐름은 심상치 않다. 폭염 등으로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는 ‘히트플레이션(heat + inflation)’ 현상으로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보다 4.8%가 올랐다. 지난해 7월(5.5%)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산물(2.7%), 축산물(7.1%), 수산물(7.5%) 등이 골고루 물가가 뛰었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9.4%), 국산 소고기(6.6%), 쌀(11%), 고등어(13.6%), 달걀(8%)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축산물은 도축 마릿수 감소 등으로 인한 공급량 감소와 휴가철과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영향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가격이 뛰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국산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각각 2022년 1월과 7월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수산물은 고수온으로 인한 어획량 감소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폭염 등의 영향도 뚜렷해졌다. 계절과 기상조건에 따른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모은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2.1%, 지난달보다는 7.8% 올랐다. 신선채소의 경우 7월보다 19.3% 오르며 전월 기준으로는 2020년 8월(24.4%) 이후 5년 만에 최대 상승을 기록했다. 파프리카(52.1%), 배추(51.6%), 시금치(50.7%), 토마토(35.9%) 등이 가격이 전월보다 크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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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빵과 라면 등 가공식품 물가도 전년보다 4.2% 상승했다. 가공식품 물가는 올해 4월 이후 매달 4% 이상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24.82(2020년=100)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빵(6.4%), 커피(14.6%), 김치(15.5%), 햄 및 베이컨(11.3%) 등의 상승 폭이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일부 품목에서 할인판매가 끝나 전월(4.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 회의를 열어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배추 등의 정부 가용 물량 공급을 이어가고, 업계와 협력해 명절 수요가 큰 품목을 할인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정부는 성수품 물가안정 방안을 담은 민생안정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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