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시진핑, 트럼프 겨냥 “약육강식 밀림으로 돌아가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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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선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왼쪽부터). [신화=연합뉴스]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류는 다시 평화냐 전쟁이냐의 선택에 직면했다”며 이분법을 펼쳤다.

이날 전승절(戰勝節·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대회) 기념연설에서 글로벌 패권 경쟁을 펼치는 미국과 약소국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면서다.

천안문 망루에 올라 약 6분간 950여 자의 짧막한 연설에서 시 주석은 “인류는 다시 대화와 대결, 윈윈 협력과 제로섬 게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국민은 역사적으로 올바른 편에, 인류 문명의 진보의 편에서 평화 발전의 길을 고수했다”고 주장했다. 80년 전의 제2차 세계대전을 회고하면서는 “정의와 악, 빛과 어둠, 진보와 반동의 생사를 가르는 결투에 직면한 중국은 적과 맞서 싸웠다”고 했다.

이를 놓고 미국이 주도하는 서구 사회를 전쟁 주도 세력으로, 중국이 주도권을 장악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의 신흥국과 개도국)를 평화 세력으로 미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 주석은 닷새 동안 글로벌 사우스 위주의 23개국 정상과 마라톤 회담을 소화했다.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한다(以農村包圍城市)”는 마오쩌둥식 전술을 계승한 듯한 모습이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의 군사력 굴기를 강조했다. “세계 일류 군대 건설을 가속화하며 중국의 주권·통일·영토완정을 굳게 수호하겠다”고 다짐하면서다. 통일을 강조한 것을 놓고는 대만 통일에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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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도 달랐다. 2015년 정의·평화·인민 필승을 외쳤던 70주년 연설과는 달리 “인류 평화와 발전의 숭고한 사업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외쳤다. 천안문 망루에 걸린 “세계 인민 대단결 만세”와 같은 메시지다.

시 주석은 오찬 연설에서도 미국에 각을 세웠다. 그는 “일시적인 강약은 힘에 달렸지만 역사의 승부는 이치에 있다”며 “정의·광명·진보는 반드시 악과 어둠, 반동을 물리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코 약육강식의 밀림의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상호관세를 ‘밀림의 법칙’에 비유한 대목이다. 중국 사회 내부의 단결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열병식에 불참한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을 예우하며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 사상, 과학적 발전관을 고수해야 한다”며 전임 지도자의 지도 이념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과거를 견디며 미래를 깨우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거론하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 세계 정세의 위태로움과 국가 간 평등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안보와 통상에서 일방주의 공세를 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중국은 평등·화목·상조의 기조로 대응할 것이며, 이를 통해 세계평화 수호에 공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날 열병식은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북·중·러 최고지도자와 이란 대통령까지 한자리에 모여 ‘반(反)서방’ ‘반미’ 연대를 연출했다.

시 주석은 천안문 의전에서 외빈을 내빈보다 한층 예우했다. 좌우 자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내줬다. 그 옆으로는 국내 시위에도 이날 새벽 뒤늦게 방중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섰다. 서열 2·3위 리창 총리와 자오러지 전인대 위원장은 그 옆으로 밀려났다. 1959년 중국 국경절(건국기념일) 열병식에서 마오쩌둥 국가주석이 북한·소련·베트남·동독 등 공산권 지도자를 중국 지도자와 한 명씩 엇갈려 세운 것보다 외빈을 더욱 배려한 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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