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재직자 아들 특별채용"…KG모빌리티 고용세습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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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모빌리티 본사 모습. 연합뉴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퇴직 희망자 자녀를 특별채용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고용 세습’을 요구한 것으로, 회사 측이 이를 추진했다가 논란이 되자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4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지난달 2025년 기술직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기술직 트레이드란 재직 중인 부모가 퇴사하면 자녀가 입사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KG모빌리티 기술직으로 근무하며 1968년 이후 출생한 직원(만 57세) 중 희망자를 지원받고, 자녀가 채용 플랫폼을 통해 해당 직군에 채용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대상이 되는 자녀는 채용 규정에 결격 사유가 없는 남성으로 한정했다.
재직자 자녀에게만 채용 우선권을 제공한다는 점이 알려지자 회사 안팎에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수혜 대상을 재직자 ‘아들’로 성별을 제한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익명을 요구한 한 KG모빌리티 직원은 “누군가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노력하는데, 이런 길이 열린다니 허탈하다”며 “21세기에도 ‘세습 채용’을 진행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KG모빌리티의 '2025 기술직 트레이드 일정'. 신청 가능한 재직자 자격과 채용 대상이 되는 자녀의 기준 등이 명시돼있다. 현재 해당 사진은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돼있는 상태다. 사진 독자 제공
KG모빌리티 재직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논란이 됐다. “내 자식이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게 뭐가 배 아픈가”라는 일부 옹호 의견도 있었지만, “일반 구직자들의 공정한 채용 기회를 침해한다”, “소수에게만 명백한 특혜를 주는 불공정한 채용문화다” 등 부정적 여론이 다수였다.
회사 안팎에서 반발이 이어지자 KG모빌리티 측은 “노조와의 협의를 거쳐 진행된 사안”이라고 밝혔다가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문제 사안이 정례적인 채용은 아니다”면서도 “제조업 생산직에선 젊은 직원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회사와 노조가 협의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별도로 채용 정원이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다”며 “회사 측에서 법적 검토를 거친 결과 전면 재검토가 필요할 것 같아 노조에도 재검토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 노동조합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사 측 입장을 전달받은 이후 우리도 재검토를 결정했다”며 “블라인드 방식의 채용 등 다양하게 기술직을 채용하고 있지만 신규 인력 이탈 문제가 심각해 재직자 자녀 대상 채용을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논란이 되는 부분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향후 다양한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서울 시내의 한 기아차 대리점 앞. 사진은 기사 본문 내용과 무관함. 뉴스1
정년 퇴직자 자녀를 우선 고용하는 고용 세습 조항은 완성차 업계에서 한창 논란이 됐다가 최근에는 형평성 문제로 폐기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019년 단체협약 교섭에서 조합원 자녀에게 채용 혜택을 주는 ‘정년 퇴직자 또는 장기근속 조합원 자녀의 우선 채용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당시 현대차는 “해당 내용은 단체 협약 별도 회의록에 명시돼있으나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아 사문화됐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막고자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게 하는 조항이 청년의 구직 기회를 박탈한다고 지적하며 2022년 11월부터 단체협약 내 고용세습 조항을 둔 기아 등 국내 60여개 기업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에 기아는 2023년 단체협약 27조 1항에 남아있던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일부 개정해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을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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