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춤의 생활체조 변신, '울산학춤' 계승자 그녀의 도전[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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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춤 계승자 박윤경(44)씨. 학의 실제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울산학춤 체조를 고안했다. 사진 본인

"학의 날갯짓에서 체조 동작을 떠올렸어요."
울산학춤 계승자 박윤경(44)씨가 20여년간 민속 전통춤을 이어오며 고안한 '울산학춤 체조'가 오는 7일 첫 공식 무대에 선다. 신라시대 계변천신(戒邊天神) 설화를 바탕으로 한 울산학춤이 국민체조처럼 20여 가지 동작으로 재구성돼 등장했다. 강강술래, 처용무 등과 같은 민속 전통춤의 생활체육 대중화 사례다.

울산학춤은 하얀 학의 기품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형상화한 울산의 대표 춤사위다. 두 팔을 날개처럼 펼치고 목선을 길게 뽑아내는 몸짓은 물가에 노니는 학, 하늘로 비상하는 학의 모습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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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춤 계승자 박윤경(44)씨가 선비가 입는 도포를 입고 울산학춤을 추고 있다. 사진 본인

울산학춤의 기원인 계변천신 설화는 신라 효공왕 5년(9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울산 학성의 옛 지명 계변에 하늘에서 천신이 불상을 입에 문 두 마리 학을 타고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장면이 후대로 이어지며 울산학춤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체조는 울산학춤 계승자이자 울산학춤 보존회 회장인 박씨가 직접 고안했다. 동국대 국악과(무용)를 전공한 그는 1997년부터 학춤을 이어받아 대중화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박씨는 "울산학춤에는 다른 전통춤보다 몸을 단련하는 동작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2019년부터 동작을 다듬고 보완해 지금의 체조형으로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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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춤 계승자 박윤경(44)씨. 학의 실제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울산학춤 체조를 고안했다. 사진 본인

특히 그는 체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학을 직접 연구한 김성수 박사에게 조언을 받고 실제 학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도 했다. 이후 지역 보건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시범적으로 선보이며 수정·보완해 지금의 체조로 정착시켰다.

체조 동작은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20여 가지로 구성됐다. 학이 걷는 동작은 하체 스트레칭에, 학이 한쪽 다리로 서는 듯한 동작은 균형 감각 향상에 도움을 준다. 학이 기지개를 켜듯 허리와 다리를 펴는 동작은 근력 강화에, 학이 날아오르는 동작은 어깨 단련에 효과적이다. 학이 먹이를 쪼는 듯한 동작은 목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며, 양팔을 활짝 펴는 동작은 허리·팔 근육을 강화한다. 중간중간 뛰는 동작은 유산소 운동 효과도 준다.

울산 남구에 사는 송지혜(39)씨는 "공원에서 울산학춤 체조를 봤는데, 일반 생활체조보다 재미있고 기억하기 쉬운 것 같다"며 "동작 하나하나가 춤을 추는 듯해 따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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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학춤 계승자 박윤경(44)씨가 체조를 시작하려고 서 있다. 사진 본인

첫 공식 무대는 7일 울산 중구 북정동 동헌 뜰에서 열린다. 울산시 유형문화재 1호인 동헌을 배경으로 '사또의 부름을 받아 잔치가 열린다'는 콘셉트로 진행되는 이 무대는 울산학춤보존회의 정기 공연이기도 하다. 박씨를 비롯해 12명의 무용인이 국악 반주에 맞춰 학춤 체조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호걸양반춤·교방타령춤·밀양검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전통춤이 무대에 오르고, 부채춤·아쟁 연주·학 탈을 쓴 두루미 퍼포먼스도 관객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마지막 무대는 울산학춤이 장식한다.

박씨는 "울산학춤 체조는 전통과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생활체조"라며 "앞으로 전국으로 보급, 지역 축제 프로그램 등으로 퍼져 누구나 생활 속에서 민속 전통춤을 느끼고 체험하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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