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미군정포고령 위반 복역 중 학살된 마산 30대…75년 만에 누명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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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마산지원[사진 다음로드뷰]

미군정 포고령 위반 혐의로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31세에 한국전쟁 중 학살된 피해자가 75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최근 열린 재심에서 1심 재판부가 미 포고령 위반이 무죄라고 선고하면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재판장 한지형 부장판사)는 과거 국가보안법·태평양미국육군총사령부 포고 제2호(미군정 포고령 2호)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고 심상직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심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범죄 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며 심씨에게 적용된 미군정 포고령 2호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돼 위헌 무효인 법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옛 창원군 상남면 용동리에 살던 심씨는 1949년 3월 20일 국가보안법(1948년 12월 제정·시행) 위반 혐의로 진해경찰서에 구속됐고, 같은 달 30일 부산지검 마산지청 검사 지휘로 마산형무소에 입감됐다. 이듬해 4월 18일 국가보안법과 미군정 포고령 2호 위반 혐의로 부산지법 마산지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심씨가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받았는진 확인이 되지 않았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한 뒤인 1950년 7~8월 복역 중 미 육군 헌병대에게 이관된 심씨는 31세 나이에 학살당했다. 한국전쟁 직후 부산·마산·진주 형무소 등에서 발생한 재소자·국민보도연맹원 학살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심씨 재심 사건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정도의 이명춘 변호사는 “감옥에 있던 사람을 별다른 재판도 없이 학살했는데, 그 학살 피해자가 수감하게 된 근거인 포고령 2호 위반에 따른 유죄 판결이 재심에서 무죄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1945년 9월 7일 공포된 일명 ‘맥아더 포고령’으로 불린 미군정 포고령 2호는 한국 형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적용되던 규정이다. 심씨에게 미군정 포고령 2호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리기 약 2년 전인 1948년 8월 15일 미군정은 이미 종식됐다. 앞서 2023년 심씨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심씨에게 적용된 미군정 포고령 2호 위반은 일반사면령(1948년 9월 27일 시행)에 따라 면소 판결을 선고해야 함에도 유죄로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심 사건에서 “(미군정 포고령 2호의) 적용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를 위배해 위헌·무효”(2021년 광주지법 순천지원)라며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나왔다.

미군정 포고령 2호에는 “태평양미국육군최고지휘관의 권한 하에 발한 포고, 명령, 지시를 범한 자, 미국인과 기타 연합국인 인명 또는 소유물 또는 보안을 해한 자, 공중치안 질서를 교란한 자, 정당한 행정을 방해하는 자 또는 연합군에 대하여 고의로 적대행위를 하는 자는 점령군 군율회의에서 유죄로 결정한 후, 동 회의의 결정하는 대로 사형 또는 타 형벌에 처함”이란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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