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만나서 싸우든지 해야"…양대 노총에 경사노위 참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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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노사정 사회적 대화 복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4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가진 오찬 자리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제안했다. 이날 오찬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배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오찬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과제가 포용과 통합”이라며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일단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적대감 같은 것도 해소하고, 진지하게 팩트(fact·사실)에 기반해서 입장 조정을 위한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민주노총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걸 언급한 뒤 “경사노위도 조직을 못하고 있는데, 그 문제도 좀 한번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나서 싸우든지 말든지, 결론을 내든지 말든지 해야지, 아예 왜 안 보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오찬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갈등 해소와 신뢰 구축의 첫 출발은 함께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이라며 “경사노위도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경사노위는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발족한 경제·사회 정책 협의·자문 기구다. 민주노총은 초기부터 참여하지 않아 한국노총만 참여하는 상태로 운영됐으며, 한국노총도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참여 중단을 선언해 사실상 와해 상태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대화의 창구로 활용해 달라’고 얘기했고, 그래서 ‘긍정적 검토를 좀 해보겠다’는 답을 어느 정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 안전망 문제와 기업들의 부담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 이런 것들을 터놓고 한 번쯤 논의해야 한다”며 “그 첫 출발이 마주 앉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정부의 중립성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기업인한테 가면 친노동이라 욕먹고, 노동자들이 보면 혹시 기업 편 너무 많이 드는 거 아니냐 생각한다”며 “제가 편이 어디 있나. 모두가 잘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엔 ‘화합의 상징’인 비빔밥이 제공됐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사진 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양대 노총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각자 추진해 온 정책에 대한 논의도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65세 정년 연장 ▶주 4.5일제 시범 사업 도입을 요청했고,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 ▶원청 교섭, 초(超)기업 교섭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김동명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정년 65세 연장에 대해 “중요한 국정의 과제이지만, 한국노총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협의에 임하겠다”며 여지를 뒀다.
최근 이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해 온 산재 사망 사고 근절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요즘 산업재해와 임금체불 얘기를 많이 했더니 너무 노동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데가 있던데,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며 “(이건) 기본적 인권에 관한 문제, 기본적 상식과 도리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비공개 담화에서 이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방안을 묻자, 참석자들은 “현장 노동자들이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게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다만 재계에서 요구했던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보완책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김영훈 장관이 ‘노총이나 노동자보다 기업인들을 자주 만나며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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