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요국 장기채 연일 최고치, 왜?..."국채 발행-재정 적자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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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영국ㆍ일본 등 주요국 장기 국채의 금리가 최고치로 치솟으며 글로벌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이는 주요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가중시킨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추가 발행이 예상되면서 세계 투자자들이 다시 국채 '팔자'에 나서는 악순환 우려가 커진다.
4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종가 기준 연 4.89%로 5% 근처에 머물렀다. 전날(4.96%)보다 소폭 떨어졌으나 여전히 두 달 만에 고점 수준이다. 이날 영국은 30년물 국채 금리는 5.6%, 독일은 3.35%로 고점 수준을 유지했다. 영국 30년물은 지난 2일(현지시간)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독일 30년물과 프랑스 30년물 금리는 이날 각 2011년 이후 최고 금리 기록을 다시 썼다.

정근영 디자이너
블룸버그·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요국들의 재정건전성 문제와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장기물 금리를 밀어올렸다.
미국 30년물 금리가 급등한 배경엔 트럼프 정부의 부채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관세 불확실성과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더해졌다. 로이터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최근 상호관세가 불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관세 수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압박을 가중시켰다"고 분석했다.
'퍼주기' 복지와 이를 충당하기 위해 막대한 국채 발행을 해온 유럽 주요국들도 무거운 청구서를 받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기물 금리 상승은 주로 재정 적자, 국채 발행, 인플레이션과 얽힌 글로벌 현상"이라고 짚었다. 특히 "이미 G7 국가 중 가장 높은 차입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새로운 세금 인상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침체되거나 소비자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재무장관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거론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인 예산안 처리를 위해 하원에 신임 투표까지 내걸면서 정치적 불안정성도 커졌다. '재정 적자 확대→채권 금리 급등→정부 긴축 재정→여론 반발'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일본의 국채 30년물 입찰에서도 최고 낙찰 금리가 3.277%로, 1999년 입찰 개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날엔 30년물 금리는 3.285%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끼웠다. 지난달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당이 참패한 뒤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커지는 등 정치적 혼란 상황이 반영됐다. 일본은 국가부채율(249%)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 크리스티안 제빙도 “근본적ㆍ부분적으로 (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 개혁 부족, 그리고 증가하는 부채를 시장이 반영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채권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값도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프랑스ㆍ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가 번지면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쏠리면서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근원물 가격은 전장 대비 0.6% 오른 온스당 3613.72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틀 전인 1일부터 3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35% 급등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3578.50달러까지 오르며 종전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은값도 동반 강세다. 이날 전장 대비 1.1% 상승한 온스당 41.34달러로 2011년 9월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다만 한국 국고채 30년물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날 오후 종가 기준 연 2.798%로 전날보다 소폭(-0.022%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고령화로 인한 정부 지출 증가와 성장 둔화로 장기 재정 상황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주요 선진국의 문제가 한국도 언젠가는 닥칠 문제”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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