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홈런도 ‘롱런’도 놀랍다, 미스터리 최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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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하는 최형우. 프로 입단 후 6년간 굴곡을 겪었던 그는 “뼈가 부러지지 않으면 경기에 나간다”는 철칙으로 선수 생활을 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최형우(42)는 ‘금강불괴’(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 파괴할 수 없는 것)로 통한다. 마흔 넘은 1983년생 베테랑이 여전히 KBO리그 현역 최정상급 타자로 이름을 날린다. 지난달 28일 SSG 랜더스전에선 최고령 20홈런(41세 8개월 12일) 기록을 19년 만에 갈아치웠다. 세월을 역행하는 그의 ‘롱런’은 KBO리그 최대 미스터리다. 그는 정작 “10년 가까이 ‘몸 관리 비결’ 질문을 받는데, 진짜 특별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미안할 지경”이라며 “아무래도 강한 몸을 타고난 게 가장 크다. 태어날 때 4.2㎏ 우량아였고, 4살 때쯤 내가 (남보다) 튼튼하다는 걸 알아차렸다”고 웃었다.
최형우가 잘 다치지 않는 비결은 하나 있다. ‘무작정 열심히’만 하지는 않는 거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최선을 다하지만, 상황을 잘 판단하고 플레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슬라이딩을 안 해도 될 때는 굳이 하지 않고, 전력 질주하다가도 다른 선수와 부딪힐 거 같으면 타이밍을 잘 잡아서 멈춰야 한다. 여러 해 하다 보니 그런 노하우가 쌓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상 없는 선수로 유명하지만, 몸 상태가 늘 완벽한 건 아니다. 최형우가 ‘부상’으로 여기는 기준이 남보다 조금 더 높을 뿐이다. 그는 “뼈가 부러지거나 경기장에서 절뚝거리는 상황이 아닌 이상, 나는 그냥 경기에 나간다. 다른 선수들이 며칠 쉬어야 할 정도 통증도 나는 잘 참아내는 편”이라며 “원래 어릴 때부터 인내력이 강했다”고 털어놨다.
최형우는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포수로 입단했다가 4년 만에 방출됐다. 이후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06년 삼성에 재입단했고, 2008년 신인왕을 차지했다. 6년의 굴곡을 넘은 그는 “그 시절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늘 ‘내가 쉬면 누구든 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살았다”며 “감독님이 선발 라인업에서 빼지 않는 이상, 무조건 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요즘 선수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루틴’도 만들지 않는다. 그는 “정해진 패턴을 지키느라 스트레스 받느니, 그때그때 몸 상태를 살피며 필요한 운동을 하는 게 더 도움된다. 루틴이 생기려고 해도 얽매이기 싫어서 깨버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형우는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내년에도 현역으로 뛰며 역대 최고령 출장·안타·홈런 등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그는 “최고령 기록은 언제든 깨질 수 있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금까지 야구하는 것에 뿌듯함은 느낀다. 나 역시 상상 못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참 전에 들었던 “참 안 다치고 오래 야구한다”는 말을 여전히 듣고 있으니 더 그렇다. 그는 “전보다 체력이 떨어져서 힘들기도 하지만, 기술로 어떻게든 커버하면서 하루하루 버틴다. 나로 인해 다른 베테랑들도 ‘더 뛸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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