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정성일의 섬뜩한 얼굴... “누나 의료사고, 캐릭터 구축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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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자 리포트'에서 연쇄살인범이자 정신과 의사인 영훈(정성일)은 자신을 단독 인터뷰하는 기자 선주(조여정)와 치열한 심리 싸움을 벌인다. 사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취재 관련 사고 때문에 사내에서 곤경에 처한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연쇄살인범을 자처하는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은 그에게 단독 인터뷰를 제안하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거라 경고한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5일 개봉)는 설정부터 도발적이다.
영화 '살인자 리포트' 주연 정성일 인터뷰
영훈 몰래 형사이자 연인인 상우(김태한)와 함께 인터뷰 장소인 호텔로 간 선주가 믿기 어려운 얘기라며 인터뷰를 그만두려 하자, 영훈은 그간 살해 당한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선주에 대한 심리적 압박의 강도를 높여간다.
영화는 호텔 방이란 밀폐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두 사람의 대화에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한다. 서로의 의중을 떠보며, 상대를 자신의 의도대로 몰고 가기 위한 치열한 심리 싸움이 영화의 동력이자 묘미다.
6년 전 드라마 ‘99억의 여자’(KBS 2TV)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성일과 조여정은 이 영화에서 연쇄살인범과 기자로 만나 노련한 솜씨로 함께 극을 이끈다. 둘의 대사량 또한 엄청나다.

첫 스크린 주연작 '살인자 리포트'에서 연쇄살인범이자 정신과 의사 영훈 역을 맡은 정성일. 사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4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정성일은 “드라마로 치면 5~6부 이상의 대사량이었다”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말들이 러닝타임 때문에 편집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뮤지컬 연습 중 점심 시간에 대본의 결말이 궁금해 단숨에 읽었다는 그는 “역할이 다른 사람에게 갈까 봐 바로 캐스팅을 수락했다”면서 “영훈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 지는 그 후에 고민했다”고 했다.
"저의 첫 스크린 주연작인 동시에 배우로선 숨을 곳이 없어 (실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었죠.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라는 걱정보다는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는 "명확한 범죄자인 영훈이 다크히어로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했다"면서도 "그의 범죄의 시작점에 대해 관객들이 '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훈은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가해자들을 대신 응징한다. 정성일은 영훈 캐릭터를 잡아가는데 자신의 가족이 의료사고 위험에 처했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20대 때 누나에게 의료사고 같은 일이 발생해 화를 참지 못하고 병원에서 난동을 부린 적이 있었어요. 만약 그 때 누나가 잘못 됐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라는 상상을 하는 게 (캐릭터 구축에) 큰 도움이 됐죠."

영화 '살인자 리포트'에서 연쇄살인범이자 정신과 의사인 영훈을 연기한 배우 정성일. 사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그는 “너무나 아끼는 사람을 누군가 해한다면 복수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수 있다”며 “그걸 실행에 옮기느냐 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포함해 여러 콘텐트에서 다뤄지고 있는 '사적 제재'에 대해선 “그런 게 통용돼선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소재의 작품들이 계속 나오는 건 분명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개인적으론 우리 사회의 법 적용이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포함해 ‘더 글로리’(2022, 넷플릭스) 등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친한 감독이 ‘네 얼굴엔 선과 악이 함께 있어 좋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배우로서 단면적인 모습이 아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모습을 캐릭터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더 글로리’의 흥행 이후에도 쿠팡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더 글로리'가 히트했지만, 출연료가 많았던 것도 아니었고 어쨌든 생활해야 했기에 알바를 계속 했다"면서 "연기 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어서 알바를 그만 둔 지는 3년 정도 됐다"고 말했다.
지금의 유명세에 대해선 "경제적인 것보다는 오디션을 더 이상 안 봐도 된다는 게 더 좋다"며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느낌이지만, 선택 받아야 하는 직업이기에 늘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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