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美, 한국 기업 공장 단속에 외교부 "우려와 유감"...한·미 관계 돌발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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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지아주의 한국 기업 건설 현장을 급습해 우리 국민 최소 300명을 체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된 지 불과 십여 일 만에 한·미 관계에 돌발 악재가 터진 셈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오후 5시쯤 긴급 브리핑을 열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9월 4일(현지시간) 미 조지아 주에 소재한 우리 기업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다수의 우리 국민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변인은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투자업체의 경제 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서울에서도 오늘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의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달하고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주미 대사관 총영사와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영사를 현장에 급파하고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현장대책반을 출범시키는 등 비상 대처에 나섰다.
미 사법 당국이 한국 기업을 단속해 무더기로 한국인을 구금한 건 초유의 일이다. 현장에선 급습 과정에서 ICE 직원들이 헬기와 장갑차, 총기를 동원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관과 관련해 체포된 근로자는 총 450명에서 560명 사이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체포·구금된 한국인은 3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체포된 인력 대부분은 전자여행허가(ESTA) 혹은 회의 참석 등을 위한 상용비자(B1) 비자를 발급받았는데, ICE는 적법한 비자 소지 여부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체포된 근로자들은 미국 ICE 구금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관련 기업과 소통하고 있으며 상세한 내용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 현지 정책이나 집행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영사 조력 등을 차질 없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 현장에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직원 등이 들이닥쳐 불법이민자 단속을 하고 있다. X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과 국방비 증액 압박 속에서도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 했던 정부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 말 관세 협상을 통해 3500억 달러(486조 7100억원)규모의 대미 투자를 미 측에 약속했고,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조선 협력 등 다방면의 투자를 합의했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을 겨냥한 기습 단속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투자 압박을 지속하는 가운데 불법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사안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대처 지시를 내렸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일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으면 외교 현안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도 사건의 파장을 우려하며 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현지 한국인들이 부당하게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 대사대리는 "사건에 대해 보고 받고 즉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취했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단속 대상이 된 공장은 2023년 하반기에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지분 50%씩 총 43억 달러(약 6조 원)를 들여 짓기 시작했다. 연간 약 30기가와트시(GWh), 전기차 약 30만대분의 배터리셀을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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