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최저임금이 키오스크 키웠듯, 노란봉투법이 로봇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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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리스크 현실화

지난달 2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시장은 ‘로봇의 웃음’으로 요동쳤다. 이튿날인 25일 증시에선 로봇주(株) ▶코닉오토메이션(29.99%) ▶하이젠알앰엔(21.71%) ▶삼현(15.75%) ▶원익홀딩스(13.51%) ▶케이엔알시스템(13.24%) 주가가 전일 대비 급등하는 등 로봇 테마 상장사 51개 중 48개가 상승 마감했다. 이들 주가는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노란봉투법에 이어 2차 상법개정안까지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로봇주가 강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 후 판매·서빙 근로자 12%↓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하면서 이달 중순경 공포와 내년 3월 무렵 시행만을 앞둔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권한 강화가 핵심이다.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어도 근로 조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사용자’로 간주해 하청업체 노동자도 원청업체와 교섭할 수 있고, 거꾸로 노조 및 조합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된다. 그간 재계는 노란봉투법이 도입되면 원청업체를 상대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무분별한 교섭 요구나 집단 고소에 나서면서 경영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사 분규 건수는 지난해 131건, 2023년 223건 등으로 이미 갈등의 불씨가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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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윤채 기자 xxxxxxxxxxxxxxxxxxxxxxxxxxx

실제 근로손실일수(노사 분규 등으로 근로가 중단된 일수)가 지난해 45만7000일에 달했고,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약 70% 수준)과도 직결되고 있다.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일각에선 로봇주 강세가 의미하는 바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에 따른 로봇주 강세는 향후 산업계의 로봇 도입 강화로 일자리 감소가 심화할 것임을 예측하는 시장의 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라며 “기업이 리스크 커진 일반적 고용 대신 자동화를 위한 투자에 더 힘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우려는 2017년부터 이어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서도 비슷한 과정으로 현실화한 바 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권익 증진뿐 아니라 소비 촉진과 유효 수요 창출을 이끌면서 경제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2017년 6450원이었던 최저임금을 2018년 7530원(16.4%), 2019년 8350원(10.9%) 등으로 전년보다 가파르게 올렸다. 그런데 이런 인상 폭이 결정될 때마다 증시에선 키오스크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 인건비 부담을 못 이긴 음식점 등의 업주가 고용 대신 키오스크 도입을 늘려 대응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 때문이었다.

“정부, 일자리 보호 후속대책 마련을”
그리고 이는 사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서울 지역 음식점 2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키오스크 도입 후 판매·서빙 근로자가 11.5% 줄었고, 20대 이하 청년층 일자리는 23.1% 감소했다.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 키오스크가 사람을 대체했듯, 훨씬 많은 일자리가 걸린 제조현장에선 각종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장영재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 도입으로 산업용 로봇 수요 확대와 기업 차원에서 피지컬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생산라인에 인간형 로봇 투입을 추진 중인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정부가 후속 조치로 일자리 보호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 대비 증가한 취업자 수가 2022년 81만6000명에서 2023년 32만7000명, 지난해 15만9000명으로 둔화했을 만큼 취업시장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상황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노조가 견인한 대기업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층 취업난을 심화시켰다”며 “일부 노조의 이익만 보호하는 노란봉투법은 이처럼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없앨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재 교수는 “정부가 단순노동 인력을 고부가가치 창출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직무교육 강화 등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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