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리올림픽 망합니다" 톰크루즈 도발? 푸틴이 웃고있다 [세계한잔]

본문

용어사전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17571107243195.jpg

지난해 6월 파리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톰 크루즈가 파리 올림픽을 비방하는 영상이 확산했다. 사실 이 영상은 러시아의 한 선전 그룹이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인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짜 영상이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파리 올림픽 망합니다.”

지난해 6월, 파리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할리우드 톱스타가 출연한 한 영상이 온라인을 발칵 뒤집었다. 톰 크루즈가 파리 올림픽을 비방하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이 영상은 러시아의 한 선전 그룹이 대형 국제 스포츠 이벤트인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부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딥페이크(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합성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로 만든 가짜 영상이었다. 폴리티코,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최근 이같은 친러시아 선전 그룹들이 벌이고 있는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17571107245459.jpg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지난 2022년 4월 30일 우크라이나 르비우를 방문한 모습. 친 러시아 선전그룹 'Storm-1679'는 지난 2월 "졸리 등 유명인들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비용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안젤리나 졸리 우크라 방문 비용 지원? “가짜뉴스”

친 러시아 선전 그룹들의 이같은 활동은 ‘디스 인포메이션’이라고 부른다. 디스 인포메이션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에는 디스 인포메이션을 주 활동으로 삼는 여러 그룹이 존재하며, 마이크로소프트 위협분석센터(MTAC)는 이들 그룹에 ‘Storm’이라는 공통적인 코드를 붙이고 그 뒤에 각기 다른 번호를 붙이는 방식으로 구분한다. 대표적으로는 친 크렘린궁 세력으로 추정되는 ‘Storm-1679’가 있다. 톰 크루즈 딥페이크 영상도 Storm-1679가 수행한 ‘오버로드 작전(Operation Overload)’의 일환이다.

Storm-1679와 같은 그룹들은 주로 언론사 등 실재하고 신뢰할 만한 출처를 사칭해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 Storm-1679는 그간 ABC뉴스, BBC, 폴리티코 등 여러 서방 국가 언론 매체들을 사칭했다. 조셉 보드너 ISD 수석연구원은 “실제 이미지에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음성 해설과 실제 뉴스 조직이나 기관의 로고를 결합해 러시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거짓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뉴스 클립을 만들어낸다”며 “한 매체의 로고가 붙은 영상에 한 번 속게 되면, 같은 매체의 다음 영상을 접할 때 더 쉽게 의심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원 출처의 신뢰성을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Storm-1679는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폭력 사태가 발생할 것이며 이로 인해 티켓이 대거 환불됐다는 가짜 뉴스도 퍼뜨렸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비영리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난 2월에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안젤리나 졸리 등 유명인들의 우크라이나 방문 비용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담긴 뉴스 형식의 영상이 확산했는데 이것도 Storm-1679의 소행이었다. 이 영상은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공유하면서 더욱 널리 확산했다.

ISD는 “이들은 주로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등을 대상으로 작전을 펼친다”며 “이들 국가와 관련해 허위 정보를 대량 생산·유포해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국제 스포츠·선거 시기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17571107247656.jpg

그래픽=박경민 기자 xxxxxxxxxxxxxxxxxxx

미 행정부, 가짜뉴스 대응 축소…“푸틴의 꿈 실현”

이같이 러시아의 정보전(戰)이 더욱 정교하고 치밀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부에서는 관련 대응이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고 WP 등은 짚었다.

WP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마코 루비오 장관 주도로 ‘외국 정보조작 및 간섭 대응실’을 폐쇄했다. 국토안보부는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의 허위정보 대응 기능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 내부 관계자들은 WP에“미국은 외국 영향력 전쟁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가 됐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이바나 스트래드너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미 정부가 허위정보에 맞서 싸우는 부서를 해체한 결정은 전략적 후퇴”라면서도 “이는 푸틴에게 꿈이 실현된 것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17571107249794.jpg

    "기숙사방 꾸미는데 1400만원"…美대학생 럭셔리 인테리어 열풍 [세계한잔]

  • 17571107251817.jpg

    은퇴 후 마약 빠지고 성병 증가…과격한 노년들에 뒤집힌 이곳

  • 17571107253821.jpg

    "미국으로 꺼져라" 英시골마을, 휴가 온 美부통령에 시위 왜[세계한잔]

  • 17571107255895.jpg

    "문 막아" 소파로 방어막 친 회사원들…뉴욕 총격 '앨리스 대응법' [세계한잔]

로그인후 본문의 연락처 및 추천기능 사용이 가능합니다

0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091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