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19 음압 병동처럼 축사 공기 차단...AI로 통제하는 양돈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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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물 사용량이나 돼지 건강 이상 유무 등이 인공지능(AI)기술로 실시간 조절 또는 파악된다. 돼지 축사 공기는 음압 격리 병동처럼 외부로 나갈 수 없다. 이런 시설을 갖춘 돼지 축사가 국내에 소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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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전시 유성구 계룡스파텔 호텔에서 양돈기술 세미나가 열렸다. 중국 양샹그룹 관계자가 스마트 돼지 빌딩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6일 도드람양돈농협과 충남도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대전시 유성구 계룡스파텔 호텔에서 축산 기술 관련 세미나가 열렸다. 도드람양돈농협이 마련한 이 세미나에는 전국의 양돈 농민 140여명과 충남도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세미나는 지능형 축사 전기안전 모니터링 시스템, 배양육 생산 기술, 최신 돼지 질병 발생 동향 등이 소개됐다. 이 가운데 중국 양샹그룹이 보유한 ‘스마트 돼지 빌딩’이 주목을 받았다.

양샹그룹 관계자가 직접 소개한 이 기술은 돼지를 빌딩 축사에서 인공지능(AI) 자동화 시스템으로 기르는 게 특징이다. 사육부터 가공까지 원스톱으로 한 곳에서 가능하고, 분뇨에서 나온 바이오가스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료 배급이나 분뇨 배출, 물 사용량, 돼지 이상 유무 등을 AI로 실시간 조절한다. 또 카메라를 통해 어미 돼지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교배 최적기를 파악한다. 이렇게 관리하면 기존 축사보다 품질 좋은 돼지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양샹그룹 측은 전했다.

격리병동처럼 음압시스템 갖춰 

돼지 축사도 위생적으로 관리됐다. 우선 축사는 코로나19 격리 병동처럼 음압 시스템을 갖춰, 외부 공기가 축사 안으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축사 내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주변 공기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축사 내부 바닥에는 주택 보일러 같은 냉난방 시설을 깔아 온도를 자동 조절한다. 양샹그룹 관계자는 “돼지 호흡수를 측정해 축사 적정 온도를 조절한다”라며 “돼지가 1분에 30번 이상 호흡하면 덥다는 신호로 알고 온도를 낮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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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전시 유성구 계룡스파텔 호텔에서 양돈기술 세미나가 열렸다. 중국 양샹그룹 관계자가 스마트 돼지 빌딩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축사를 드나드는 관리인이나 자동차 소독시스템도 AI기술로 통제한다. 관리인이 축사에 들어가기 전에 감지장치(팔찌)를 차고 들어가 일정 시간 샤워를 하면 소독 상태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자동차도 세척·소독 구역 등을 거치면 데이터를 분석해 알린다.

돼지 빌딩 사육 밀도는 35~120㎏짜리 한 마리 공간이 1.1~1.2㎡로, 한국 축산법이 규정한 사육밀도와 큰 차이가 없다. 축산법에 따르면 60~120㎏인 돼지 사육공간은 0.8㎡다. 다만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문제로 꼽힌다. 9만 3240㎡(17층 규모) 스마트 돼지 빌딩을 지으려면 3000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샹그룹은 사육두수 기준 중국 내 10위권의 양돈기업이다. 2016년부터 광저우 등 현지에 17~27층 규모 돼지 빌딩 6개를 운영하고 있다. 양샹그룹 측은 "스마트 돼지 빌딩을 활용하면 축산 부지는 종전보다 90% 줄고 노동 효율성은 10배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중국 대형 업체들은 이런 형태의 축산 건물을 잇달아 도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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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전시 유성구 계룡스파텔 호텔에서 양돈기술 세미나가 열렸다. 중국 양샹그룹 관계자가 스마트 돼지 빌딩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방현 기자

양돈 농가 "첨단 기술 도입 필요" 

돼지 빌딩은 아니지만 AI기술을 이용한 축사 시스템은 한국 일부 농가에도 있다고 한다. 도드람양돈농협 박광욱 조합장은 "축산 빌딩이 당장 국내에 들여오기는 쉽지 않지만, 양돈 농가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첨단 축산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충남도는 지난 3월 20일 중국 양샹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첨단 축산업 육성을 추진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충남도 이형구 축산과장은 “관련 법규 등에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산업단지에 축산 빌딩 건축을 허용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축산도 첨단화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며 "AI기술 등을 적용한 스마트 축산을 도입하면 축산 농민이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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