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쎄시봉, 57년 만의 완전체로 작별 인사…3시간 리허설 현장

본문

17571251689154.jpg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 리허설 현장에서 김세환이 열창하고 있다. 황지영기자

‘좋은 걸 어떡해’, ‘조개 껍질 묶어’, ‘하얀 손수건’, ‘담배가게’, ‘화개장터’, ‘그건 너’까지 쎄시봉 사단의 명곡들이 5일 오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 울려 퍼졌다. 다음날 이곳에서 개막하는 전국투어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를 앞두고 3시간 가량 이어진 최종 리허설 현장이다.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은 1960~70년대 한국 포크 음악의 산실로 불렸다. 이후 주변에 ‘쉘브르’ ‘오비스캐빈’ 등의 업소가 생기면서 포크 음악이 청년 문화 자체를 상징하게 됐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조영남(80), 송창식(78), 윤형주(78), 김세환(77)은 57년만에 다시 한 번 쎄시봉으로 뭉쳐 완전체 공연을 펼친다.

17571251691849.jpg

1960~1970년대 음악다방 쎄시봉은 청바지·통기타로 상징되는 청년 문화의 상징 같은 곳이었다. 왼쪽부터 윤형주·김세환·조영남(앉은 이)·송창식·조동진·이장희. 1986년 미국 LA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쎄시봉 공연 당시 모습. [사진 조영남]

리허설 첫 주자로 나선 김세환은 ‘사랑하는 마음’(송창식 작사·곡), ‘길가에 앉아서’(윤형주 작사·곡), ‘좋은 걸 어떡해’(이장희 작사·곡) 등을 열창했다. 그는 “쎄시봉 시절부터 형들 노래가 좋아서 따라다녔고, 이후 형들이 만들어준 노래로 가수왕이 됐다. 언제나 쎄시봉의 막내로 있는 것이 즐거웠기에 마지막 콘서트라는 타이틀에 마음이 찡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형들과 모여 밤새 기타 연습을 하던 날, 자욱한 담배 연기(실내 흡연이 금지되기 전)로 가득했던 쎄시봉의 분위기 등 세세한 기억도 떠올렸다.

공연 제작을 맡은 김석 쇼플러스 대표에게도 이번 콘서트는 남다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기억될 공연이기에 멤버들에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같이 써보자’며 출연을 설득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쎄시봉은 기획된 하나의 그룹이 아니라, 스타들이 자생적으로 모인 독특한 형태다. 각자가 스타이면서 마지막까지 그룹으로서 함께하는 모습, 이런 그룹은 우리나라 가요 역사상 마지막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17571251694311.jpg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 포스터. 사진 쇼플러스

투어 MC로 함께하는 이상벽은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그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이 대단하다. 추억을 기대하고 오신 관객들 앞에서 편안하게 사석에서 이야기하듯 진행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상벽은 쎄시봉에서 ‘대학생의 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손님으로 온 조영남과 홍대 캠퍼스에서 기타를 치던 송창식을 발굴해 무대에 세운 장본인이다.

조영남은 “마지막이라는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다르다. 이 멤버가 57년 만에 뭉친다니 처음 공연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고, 송창식은 “마지막 콘서트라는 부제에 공감이 안 된다. 마음이 맞으면 또 공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사람 일은 모른다”며 공연 앞둔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17571251696626.jpg

'쎄시봉 라스트 콘서트'에 나서는 MC 이상벽과 송창식,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쇼플러스 측은 "쎄시봉 완전체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라 합성으로 홍보 포스터를 작업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사진 쇼플러스.

송창식은 이번 공연에서 쎄시봉, 윤형주와의 듀엣 트윈폴리오, 솔로까지 세 가지 버전의 무대에 오른다. 윤형주는 “트윈폴리오로 공식적으로 콘서트에 오르는 것은 1969년 12월 말 고별공연 이후 처음이다. 방송에 둘이 나가서 노래한 적은 있지만, 추억으로 만족한다는 이유로 공연은 열지 않았다”고 거들었다. 송창식은 “혼자 불러온 창법이 있고 쎄시봉과 트윈폴리오 시절 했던 방식이 따로 있다. 이 모든 것을 한 공연에 녹여내려 하니 쉽지 않다. 또 내가 컨디션을 좋게 만들 수는 있지만 많이 늙었으니까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솔직히 있다”고 털어놨다.

윤형주는 솔로 무대에서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낭송하는 시간을 갖는다. “올해 윤동주 시인 80주기다. 내가 유족대표(윤동주의 6촌 동생)가 됐는데, 다른 행사를 하지 않고 쎄시봉 콘서트에서 동주 형님의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추모하려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가장 공들여 준비한 무대로는 팝송 ‘스카보로 페어’를 꼽았다. “코러스에 네 개의 화음을 쌓아 녹음했는데, 무대에서는 라이브까지 더해져 윤형주 5명이 노래하는 듯한 하모니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17571251698505.jpg

2009년 MBC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 출연한 쎄시봉 다섯 친구. 윗줄 왼쪽부터 조영남·최유라·윤형주·김세환. 아랫줄 왼쪽이 이장희, 오른쪽이 송창식. [사진 조영남]

공연 중에는 또 다른 쎄시봉 멤버인 이장희 영상 메시지도 볼 수 있다. 건강 문제로 공연에 합류하지 못한 아쉬움을 짧은 노래에 담아 인사하는 모습이다. 그가 직접 울릉도에서 촬영해 보내왔다. 조영남은 “우리가 사실 무대 할 나이가 아니”라면서도 “찾아주시는 관객들이 있어 최선을 다해 체력 관리를 하고 있다. 오늘도 운동하고 왔다”고 말했다. 또 솔로 무대 중 ‘모란동백’을 강조하고“내가 죽는다면 장례식장에서 이 곡을 틀어주길 바란다. 내가 천재로 인정한 이제하 시인이 작사·작곡한 정말 멋진 노래”라며 가사에 집중해 들어봐달라고 당부했다.

57년 만에 다시 뭉친 쎄시봉 멤버들은 6일 성남 2회차 공연을 시작으로 10월 11일 서울, 18일 부산, 25일 대구, 11월 1일 인천, 15일 수원, 12월 6일 고양 등 전국 투어에 나선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3,108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