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친 왼발' 손흥민 1골1도움…홍명보호, 미국 2-0 제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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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대 미국 친선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골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축구대표팀이 1골·1어시스트를 올린 손흥민(33·LAFC)을 앞세워 미국과 원정 평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미국을 2-0으로 꺾었다. 전반 18분 손흥민의 선제골과 전반 43분 이동경(김천)의 추가골을 묶어 승리했다.
그동안 월드컵 예선에서 아시아팀들만 만났던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8계단 높은 미국(15위, 한국은 23위)을 상대했다.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9개월 앞두고 개최지에서 개최국을 상대했는데, 현 위치를 냉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경기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세우는 이른바 ‘손톱(Son Top)’ 전술, 그리고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을 중심으로한 파격 스리백 실험 모두 성공적이었다.
손흥민이 전반에만 1골1도움을 올렸다. 전반 18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축구도사’라 불리는 이재성(마인츠)이 절묘한 침투패스를 찔러주자, 수비 뒷공간을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파고든 손흥민이 공을 한 차례 치고 들어갔다. 이어 슈팅 각도가 좁은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 대각선슛을 골망에 꽂았다. A매치 135경기에서 52번째 골.
또 전반 43분 손흥민은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재성과 원투패스를 주고 받은 손흥민이 또 한번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골키퍼까지 제친 뒤 넘어졌지만 패스로 연결됐고, 이동경이 백힐(발뒤꿈치)로 골로 연결했다. 1992년생 손흥민과 이재성의 ‘92라인’의 콤비네이션이 또 한 번 빛났다.

포옹을 나누는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과 포체티노 미국 감독. [사진 KFA]
손흥민은 ‘토트넘 은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에 비수를 꽂았다. 손흥민이 2015년~2019년 토트넘 시절 포체티노 밑에서 트랜지션(속공), 공간 창출, 컷인 피니시로 수많은 골을 터트렸는데, 그 득점 루트로 옛 스승을 울렸다.
손흥민은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원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달 손흥민의 역할 변화를 암시했는데, 토트넘과 대표팀에서 주로 왼쪽 윙어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미국 LAFC처럼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토트넘 시절에도 그의 성을 따 ‘손톱’으로 부르던 자리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 대 미국 친선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은 최근 논란이 됐던 ‘주장 교체 이슈’도 정면돌파했다. 앞서 홍 감독이 주장 교체를 시사하면 여러 뒷말이 나왔고, 홍 감독은 현지에서 선수들과 면담을 통해 주장 완장을 손흥민에게 맡기기로 했다. 전날 “제가 불편해 할 건 없다. 제 위치서 최선 다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던 손흥민은 이날 주장완장을 차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은 시차 적응도 필요 없었다.
홍 감독은 지난 6월 동아시안컵에 이어 이날도 스리백, 3-4-2-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강팀을 만나게 돼 수비를 더 두껍게 하려는 구상이다. 이 포메이션에서는 3명의 중앙수비수 앞을 2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커버하고 양쪽에 윙백이 선다.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버밍엄시티)와 김진규(전북), 양쪽 윙백 이태석(오스트리아 빈)과 설영우(즈베즈다), 스리백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김민재, 이한범(미트윌란)이 나섰다.
수비시에는 5-4-1 형태로 전환했다. 전반 14분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상대가 압박하자 김민재의 전진패스 미스가 나왔다. 상대 중거리슛을 조현우(울산)가 막아냈다. 전반 15분까지 상대 압박에 고전했지만, 손흥민의 첫 골을 기점으로, 홍 감독의 축구가 발현됐다.

한국축구대표팀 이동경 [사진 KFA]
전방에서 손흥민과 콤비네이션이 좋았던 이재성은 후반 초반 햄스트링쪽 통증을 호소하면서 교체됐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손흥민은 후반 18분 교체아웃됐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오현규(헹크), 배준호(스토크시티)가 교체로 들어갔고, 이와 함께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선수 옌스 카스트로프(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카스트로프는 적극적으로 뛰며 상대 공격을 차단했다. 후반 44분 오현규의 헤딩슛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추가시간 2분 조현우(울산)가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2차례 연달아 선방을 펼쳤고, 곧바로 상대 슛이 골대를 맞고 나갔다. 경기 막판 수비진이 흔들리면서, 사실상 실점에 가까운 위기였다. 그래도 한국은 추가 실점 없이 2골 차 승리를 지켜냈다.

축구대표팀 혼혈선수 카스트로프. [사진 KFA]
한준희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톱 전술’이 실리적 콘셉트에 잘 어울렸고, 손흥민을 활용한 효율적 역습 전개도 괜찮았다”며 “이재성과 이동경도 3-4-2-1 포메이션에서 ‘2’ 자리 역할을 잘 이해했다. 백승호, 김진규 중원이 상대 진영에 올라갔을 때는 꽤 안정적이었다. 후반에 들어간 카스트로프도 전후방 측면을 가리지 않는 움직임이 좋았다. 유럽 경험이 풍부한 선수답게 대표팀과 동료와 적응력도 빨랐다. 오프더볼(공이 없을 때) 움직임과 역동성이 대표팀에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3-4-2-1 포메이션이 나름 성공적으로 가동됐다. 한국 실정에 중앙 미드필더 숫자 하나를 줄이고 센터백을 하나 늘린 3-4-2-1 전형은 이론적으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중원에는 오히려 볼을 잘 다루는 2명만 두고 아예 수비를 하나 더 넣는 게 안정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다. 김민재가 센터백이지만 전진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2골 차 승리를 거뒀지만 숙제도 남겼다. 한 위원은 “다만 전반전에 후방에서의 빌드업은 다소 불안했다. 볼 받을 윙백, 미드필더들의 좀 더 빠른 오프 더 볼 움직임이 필요했다. 파이브백으로 라인을 내릴 때 빌드업이 단순해질 수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패턴이 좀 더 필요하다”며 “조현우 선방에 의한 무실점도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위험 지역에서 상대를 너무 느슨하게 놔두는 장면과 수비진영 패스미스도 분명 있었다. 경기 끝까지 체력과 집중력 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한 위원은 “미국은 웨스턴 맥케니(유벤투스) 등 유럽리거가 대거 빠진 팀인 것은 감안해야 한다. 미국은 선수단 내 마찰로 팀 분위기가 좋지 않고 포체티노 거취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황인범(페예노르트) 등이 빠진 상황에서 틀림없이 잘 한 건 맞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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