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 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연합뉴스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인력 475명을 체포·구금하면서 배터리 생산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공장은 전기차 약 30만대 분량인 연간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인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공장 등에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었다.

7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구금된 근로자에 대한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발표함에 따라 300여 명은 현지 행정절차 마무리후 전세기로 귀국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들이 일했던 합작 배터리 공장은 당분간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강 비서실장이 “향후 대미 프로젝트 출장자 체류 지위와 비자 체계를 점검·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이번에 구금된 인력은 LG에너지솔루션 직원 47명과 관련 협력업체 직원 250여명이다. 공장 건설 막바지 단계라 공장 내 설비·전력 관련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들이 동시에 빠진 자리를 현지 인력으로 고용하거나, 업무에 부합하는 비자를 새로 발급받아 한국에서 파견 보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난 4월부터 미국 수입차에 관세 25%를 적용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선 현지 생산을 늘리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공장이 내년부터 배터리를 생산하면 조지아주에 위치한 HMGMA와 기아 공장, 앨라배마주 현대차 공장 등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연산 30만대 규모인 HMGMA의 생산 능력을 50만대로 늘리고, 나머지 공장 2곳 시설 현대화를 통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를 생산하려면 합작 법인을 통해 배터리를 대량으로 공급받아야 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IRA 법상 지급하던 친환경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해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어, 전기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7월까지 HMGMA에서 공급한 아이오닉 5ㆍ9는 총 3만6455대로, 공장 총 가동 규모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당장은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타격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모습. 사진 현대차그룹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량 생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전기차 정책 변화로 HMGMA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량을 함께 만드는 ‘혼류 생산’ 체제를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설비 증설에 차질이 생기고, 배터리 공급도 늦어지면 하이브리드차량 생산을 늘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량 생산을 늘려 자동차 관세 부담을 낮추려 했던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주 주지사, 장재훈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부터)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 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5년 3월 24일/ [사진 백악관 엑스]

현대차그룹이 제철·로봇 공장을 미국에 짓기로 한 만큼 현지 제조 인력 확보는 장기 과제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 5일(현지시간) “모든 공급 업체와 재하청 업체가 법률과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미국 내 제조업에 투자하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는 과정에서 미국 법률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