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어쩔수가없다’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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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막을 내린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미국 감독 짐 자무시(사진)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에게 돌아갔다. 부모와 자녀 사이 관계를 다룬 작품이다. [AFP=연합뉴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에 실패했다.

베니스 영화제는 6일(현지시간) 열린 폐막식에서 제 82회 영화제의 경쟁부문 수상작을 발표했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은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Father Mother Sister Brother)’에 돌아갔다. 부모와 자녀 사이 관계에 대한 3부작의 이야기로 자무시 감독이 ‘데드 돈 다이’(2019)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시상대에 오른 그는 “이런 젠장!”이라고 외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자무시 감독은 ‘천국보다 낯선’(1984)과 ‘브로큰 플라워’(2005)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황금카메라상(신인상)과 심사위원대상(2등상)을 받았지만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예술은 정치적이기 위해 정치를 직접 다룰 필요는 없다”며 “사람들 사이의 공감과 연결을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경쟁 부문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튀니지 감독 카우더 벤 하니아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에 돌아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포화를 피해 피란길에 올랐다 비극을 맞이한 6살 소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감독상은 격투기 선수의 인생을 그린 영화 ‘스매싱 머신’의 베니 사프디 감독, 남우주연상은 ‘은총(La Grazia)’의 이탈리아 배우 토니 세르빌로, 여우주연상은 ‘우리 머리 위의 햇살’에 출연한 중국의 신즈리가 수상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AP뉴스는 “황금사자상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와 무관의 ‘어쩔수가없다’ 등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을 제친 이변”이라고 평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어쩔수가없다’는 황금사자상의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지난달 29일 현지 시사회에서 9분 넘는 기립박수를 받았고 영화제의 공식 데일리(Daily Ciak)에서 별점 3.6의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영국 BBC는 “황홀하게 재미있다”고 평했으며 주연 배우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수상도 점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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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은 폐막식 직후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입니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의 신작인 ‘어쩔수가없다’는 주인공 남성(이병헌)이 갑자기 해고를 당한 후 아내(손예진)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다. 소설 『액스(The Ax)』(1997, 도널드 웨스트레이크)를 각색한 작품으로, 한국 영화로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3년 만에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베니스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어쩔수가없다’는 내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에 도전한다. 앞서 지난 4일 개막한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도 초청됐다. 7일 CJ ENM과 모호필름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북미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00여개 국에 판매가 확정됐다. 이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의 192개국 선판매 기록을 뛰어넘은 수치다. 한국에서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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