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소년중앙] 다채로운 예술 버무려진 ‘연극의 맛’ 시대를 관통하며 진한 감동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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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인형극을 본 뒤로,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본 적 있나요. 사실 연극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예술로 꼽혀요. 원시시대부터 인간이 자연과 감응하며 나타난 원시연극에서 고대 제의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연극의 기원을 찾을 수 있죠. 세월이 흐르며 각지에서 형태는 조금씩 다르게 발전해왔지만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문화예술인 연극은 오늘날 배우가 관객에게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각본에 따라 말과 동작으로 보여 주는 무대 예술로 정의됩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을 허구로 가공하여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연극을 성립하는 데 꼭 필요한 ‘보는 사람’으로서 ‘하는 사람’을 찾아가 연극에 대해 생생하게 알아봤습니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연기하는 사람인 ‘배우’, 연극을 공연하는 장소인 ‘무대’, 연극을 관람하는 ‘관객’, 연극을 위해 쓰인 대본인 ‘희곡’으로 구성됩니다. 배우·무대·관객·희곡을 연극의 4요소라고 하죠. 여기에 음악과 안무, 의상·소품과 분장, 조명을 비롯한 기계장치 및 설비, 무대미술과 소도구 등 다양한 예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공연이 이루어지기에 흔히 연극을 종합예술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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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희·임태연·임서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의 객석에 앉아 다음에는 취재 말고 실제 연극을 보러와야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연극 단체로는 국립극단이 있습니다. 1950년에 창단한 국립극단은 70년이 넘도록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우리 연극예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공연예술 인재를 양성하며 국내 최대 연극 단체로 발돋움해왔죠. 국립극단은 2015년부터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의 운영주체를 맡았어요. 2009년 옛 ‘명동 국립극장’ 건물을 복원해 558석 규모의 국내 최대 연극 전용극장으로 새단장한 명동예술극장은 42년 만에 다시 국립국단의 전용극장으로 돌아왔죠.

“지~금 여기, 누군가~” 가야금 소리를 배경으로 노래가 들려옵니다. 임서희·임태연·조율희 학생기자가 명동예술극장을 찾은 수요일은 ‘한낮의 명동극’이 열리는 날이에요. 낮 12시 명동예술극장 야외광장에서 시작되는 ‘한낮의 명동극’은 일평균 유동인구가 7~8만 명에 달하는 명동 중심 거리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1990년대 이후 쇠퇴한 거리극을 되살린 프로그램이죠. 주변 직장인부터 관광객까지 명동을 찾는 사람들의 공연예술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게 마당극·낭독극·연희·컨템포러리·서커스·인형극·마임 등 다양한 형태로 10월까지 이어질 예정이에요. 이날은 윤혜진 퍼포머의 가야금이 들려주는 이야기 인형극 ‘곁에서’가 공연됐죠.

맑고 우아한 가야금 소리에 바쁘게 오가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관람하는 모두와 함께 “따라다라다라 단딴~” 노래를 부르고, 때로는 극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가야금이 악기였다 인형극의 무대가 되기도 한 점이 신기했다며 감상을 나눈 소중 학생기자단은 오랜만 혹은 처음 본 연극의 맛을 음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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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10월까지 매주 수요일 낮 12시 명동예술극장 야외광장에서 ‘한낮의 명동극’을 벌인다.

명동예술극장 거리극으로 시작하는 연극 탐색

연극이 무엇인지 살짝 감을 잡은 소중 학생기자단은 박보영 국립극단 홍보협력팀장을 만나 본격적으로 궁금증을 쏟아냈죠. 서희 학생기자가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가장 처음 하는 일은 무엇인지” 묻자 이어 태연 학생기자가 “공연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게 되는 부분도 꼽아달라”고 했어요. 박 팀장은 “먼저 어떤 작품을, 어떤 콘셉트로 할지 기획을 한다”며 크게 두 가지로 나눠 판단한다고 했죠.

“셰익스피어의 희곡 등 이미 있는 작품을 할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지 연출가·작가 등이 모여서 회의해요. 작품을 고르면 이에 맞춰 배우 및 무대를 만들 스태프를 찾죠. 대개 한 편당 50명 내외로 인원 구성이 완료되면 연기 연습하고, 의상·소품 준비하고, 기획 의도와 콘셉트에 맞춰 무대를 디자인하고, 관객에게 홍보하고, 공연을 다 하고 나면 다음에 더 좋은 방향을 찾기 위해 만족도 조사도 하죠. 좋은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선 초반에 촘촘하게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배우는 캐릭터 구축을 위해 많은 논의를 하고, 배우들 동선부터 의상·분장·음향 등이 나오려면 무대 디자인이 대략적으로라도 먼저 정해져야 해서 이 또한 회의를 거듭하죠.”

국립극단의 경우 다른 일반 극단·기관·단체에서 시도하기 힘든 정통극이나 고전, 대작과 흥행하기 쉽지 않은 실험극·창작극도 꾸준히 개발·제작한다고 합니다. “국립 연극단체이자 공공 공연예술단체로서 사명감을 갖고 창작 희곡 공모전, 청소년극 및 영유아극 공연 생태계 활성화, 우리 연극의 해외 진출 등에도 힘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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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맨 오른쪽) 퍼포머의 가야금이 들려주는 이야기 인형극 ‘곁에서’를 관람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거리극 공연인 ‘한낮의 명동극’을 통해 명동 거리를 걷다 자연스럽게 연극과 마주하고, 공연에 따라 극에 참여할 수도 있다.

“연극을 기획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관객 반응까지 예상해서 제작하시나요.” 태연·율희 학생기자의 질문에 박 팀장은 “연극은 결국 우리들, 인간의 이야기예요. 그래서 지금 현재 동시대성을 중시하죠. 옛 고전을 공연한다고 해도 지금 이 시대를 관통하는 큰 줄기를 고려해서 선택합니다. 관객 반응을 디테일하게 예상하지는 않는데, 어떤 생각이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방향 정도는 얘기해요. 특히 연극은 스크린 등 매체를 통해 보는 영화나 TV 드라마와 달리 배우와 관객이 한자리에서 마주하며 소통하는 공연예술이라 회차마다 현장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데요. 같은 연극이라도 어제 본 공연이 오늘 볼 공연과 또 다를 수 있어 n차 관람하시는 분들도 있죠”라며 이러한 현장감도 연극의 특징이라고 했어요.

어린이 합창단 활동 중인 서희 학생기자는 “오페라 무대에 섰을 때 보니까 의상·분장이 굉장히 중요하고, 오페라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데, 연극 무대에서는 어떤지” 궁금해했죠. 박 팀장은 의상·분장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어요. “배우의 의상과 분장은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일종의 정보이기도 하죠. 그래서 작품 콘셉트에 맞게 꾸미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배경이 현재인데, 1960년대 유행한 옷을 입고 있으면 바로 괴리감을 느끼겠죠. 또 연기할 때 움직임에 거슬리지 않도록 의상 소재부터 크기까지 다 신경 써서 만들어요. 음악의 경우 서희 학생기자 말처럼 현장에서 오케스트라나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할 수도 있고, 녹음된 걸 쓸 수도 있습니다. 바람소리·파도소리 같은 음향 효과는 녹음한 걸 쓰죠. 이런 소리 요소는 오퍼레이터가 적재적소에 맞춰 내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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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각색해 한국적 해학을 입힌 K-연극 ‘십이야 Twelfth Night’. 국립극단

국립극단은 지난 6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극 ‘십이야’를 조선시대 배경으로 각색해 한국적 해학을 입힌 K-연극 ‘십이야 Twelfth Night’으로 선보였는데요. 무대·의상 디자인과 음악·영상에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고전과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관객에 더 친밀하게 다가갔죠. 일란성 쌍둥이 남매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원작 서사 구조는 그대로 가져오되, 배우들은 서양 드레스 대신 한복을 입고 전국 팔도 사투리 대사를 말하며 판소리와 랩이 흘러나오는 퓨전 작품으로 호평받았어요. 박 팀장은 “전통에서부터 오는 저력이 우리 연극의 특징 중 하나”라며 “해외에서도 그런 부분을 높이 산다”고 덧붙였죠.

율희 학생기자는 앞서 본 ‘한낮의 명동극’의 인형극 ‘곁에서’를 예로 들며 “30분 남짓한 공연에서 노래도 하고 가야금도 연주하고 인형을 조종하며 연기도 하시던데 배우는 이처럼 모든 걸 직접 다 소화하는 건가요”라고 물었죠. “연극은 매일 라이브로 공연하니 출연진은 필요한 부분을 직접 다 합니다. 배우 개인이 할 줄 아는 경우도 있지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연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키죠. 예를 들어 ‘햄릿’ 공연을 위해 펜싱 선생님을 초빙하고, 안무가 등 전문가에게 춤을 배우는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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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박보영 홍보협력팀장은 소중 학생기자단 인터뷰를 통해 연극의 매력을 전했다.

“배우들은 대사를 어떻게 다 외우는지 비밀 연습 방법이 있는지” 물어본 서희 학생기자는 “공연 중 무대에서 사고나 실수가 나면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알려달라고 했죠. 박 팀장은 “비밀 연습법이 있다면 저도 궁금하다”며 미소 지었죠. “배우마다 암기하는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을 텐데 일단 모든 배우가 굉장히 연습하는 건 확실해요. 대사량이 특히 많은 연극에 출연한 어떤 배우는 출퇴근길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내내 대사를 중얼중얼 외우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는 일화도 들었죠. 무대 위에서 실수라면 아마 대사 실수가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어조가 다른 정도로는 관객들이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사고는 일어나선 안 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안전지침 매뉴얼을 사전에 모든 스태프와 공유하고 숙지하고 있습니다.”

“국립극단이 42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을 전용극장으로 사용하게 됐는데, 그중 기억에 남거나 관객 반응이 좋고 추천할 만한 연극은 무엇이며, 예전에는 어떤 작품을 주로 했나요.” 율희 학생기자의 질문에 박 팀장은 “명동예술극장은 일제강점기인 1936년 영화관(명치좌)으로 문을 열었다”고 설명을 시작했죠. “해방 이후 영화뿐 아니라 연극·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리는 극장이 됐고, 미스코리아 대회가 열리기도 했어요. 1957년부터 국립극장으로 사용되다 1975년 민간에 매각된 후엔 회사 사무실 등으로도 쓰였죠. 이후 시민 서명운동 등을 통해 2004년 복원공사를 시작했고, 2009년 재개관한 명동예술극장은 2015년 다시 국립극단 전용극장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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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초연부터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던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10주년을 맞아 올 12월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

2015년 초연으로 시작해 올해 명동예술극장 공연 100회를 맞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023년 시즌 공연까지 평균 객석점유율 93%를 기록하는 등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로 꼽힙니다. ‘동양의 햄릿’이라 불리는 중국의 비극 ‘조씨고아’를 각색·연출한 작품으로 대의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 본성과 내적 충돌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휴머니즘을 절절하면서도 재치 있게 풀어냈어요, 제52회 동아연극상 대상,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등을 받으며 2019년 국립극단 설문조사에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1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바탕의 짧은 꿈” 같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이어 박 팀장은 국립극단 청소년극의 첫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를 추천했어요. 제목 그대로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해야 할 청소년들의 위기 상황 속에서 포착해낸 ‘생의 본능’을 그린 작품으로 일반적인 연극과 달리 댄서들이 춤추며 공연하죠. 거짓과 길들임에 저항하기 위한 선택, 단절 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외로움 등 답답한 이 시대에서 감당해야 할 것 많은 남녀노소 누구나 살아 숨 쉬는 춤판으로 초대합니다. 2016년 초연 후 지금까지 3번 공연했는데, 다시 무대에 올릴 것을 기대하는 작품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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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연극과 청소년극의 차이

지난 4월 명동예술극장서 선보인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관람했던 태연 학생기자는 “일반 연극과 어린이·청소년 연극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해했죠. “국립극단은 어린이·청소년 관객층에 대한 연구와 작품 개발, 공연 제작을 전담하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운영해요. 미래로 이어지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작품인 만큼 그 의미가 크고, 어린이·청소년이 꾸준히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획·제작에 일반적인 시즌 공연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주제와 드라마·서사 등을 연구하죠. 개발에 2~3년씩 걸린 작품도 있어요. 특히 ‘청소년17인’이라고 해서 매년 청소년을 선발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본부터 전 창작 과정에 반영합니다. 태연 학생기자가 본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역시 ‘청소년17인’의 의견이 폭넓게 들어갔죠.”

공연을 놓쳐 아쉬워하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박 팀장은 온라인 극장을 알려줬어요. “언제 어디서나 연극을 즐긴다”는 모토로 2021년부터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와 고전 명작, 청소년극의 연극 영상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국립극단 자체 OTT플랫폼이죠.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비롯해 ‘햄릿’ ‘스카팽’ ‘만선’ 등 여러 작품이 연중무휴 상영 중이며,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디렉터스컷을 비롯해 3가지 버전으로 즐길 수 있죠.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신청해서 보기도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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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연극을 즐기는 공공 플랫폼’인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은 연극 영상화 사업의 다양성을 넓히고 있다. 국립극단

“오페라와 연극 모두 무대 뒤에서 많은 사람이 움직이는데, 배우 말고 연극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 중 숨은 주인공을 꼽는다면 누군가요.” 서희 학생기자의 질문에 ‘백문이 불여일견’ 박선영 홍보협력팀 대리가 무대 뒤로 안내했습니다. 지하 분장실로 내려가니 현재 공연 중인 ‘로제타’의 의상들이 걸려있었어요. “분장 디자이너들이 배우가 분장·의상을 갖추도록 도와주는데, 공연 중에는 지하까지 내려오기 힘드니까 무대 뒤에 의상·소품을 준비해두고 빠르게 갈아입는 경우가 많아요. 손쉽게 입고 벗을 수 있도록 벨크로(찍찍이)를 활용한 옷도 있고, 스태프가 도와주기도 하죠. ‘로제타’의 경우 남녀배우 8인이 하나의 역을 연기하는데, 배우별 의상·분장을 살피면서 각기 다른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박 대리의 설명을 들으며 분장실을 둘러본 뒤에는 연습실로 향했어요. 신발을 벗고 들어가자 한쪽 벽에 설치된 전면거울이 시선을 끌었죠. 여기서 배우들이 대본 리딩이나 연습을 하고, 공연 전에 몸을 풀기도 하고, 시민 대상 희곡 낭독 아카데미도 진행합니다. 명동 외에도 장충동·대학로에 연습실이 마련돼 작품별로 그쪽을 더 많이 사용하기도 하죠. 옆에는 의상·소품을 보관하는 준비실이 있는데, 급한 소품은 여기서 바로 제작한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공연 중 재빨리 수선하기 위한 테이프나 양말, 신발 깔창 등이 담긴 서랍을 구경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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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분장·의상을 갖추는 분장실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 자리마다 조명과 각종 분장 도구가 준비됐다.

둘러보던 중 지금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로제타’ 공연기획팀 PD를 만나 인사도 했죠. 박 대리는 ”무대감독·PD들은 여기 상주하는데, 보통 평일 공연이 오후 7시에 시작해 준비 시간에 맞춰 출근한다”고 귀띔했어요. 국립극단 창단 75년 만에 발족한 후원회 라운지와 옥상 정원을 구경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객석 1층이 있는 건물 2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명동예술극장은 3개 층에 걸쳐 객석이 마련됐는데, 3층(건물 4층)은 시야각이 나쁜 편이라 ‘다락석’이라는 시야제한석으로 분류하고 관객 호응이 높아 매진이 많이 되는 공연에만 오픈하죠.

공연 전후나 인터미션 때 쉬어 가는 의자 뒤로는 유리 전시관이 군데군데 설치됐는데요. 1930년대 벽돌로 올린 건물벽을 그대로 볼 수 있었죠. 서울문화유산이기도 한 명동예술극장의 90년가량 된 벽돌벽을 잘 보존하기 위해 유리관을 씌웠다고 합니다. 건물 1층 로비엔 당시 매표소 창구가 창문처럼 남아있어요.

“관객 여러분이 보시기에 극장은 공연할 때나 문을 열고 쉬는 날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극장은 365일 내내 돌아가요. 연습이나 리허설, 작품 개발은 물론, 시민 대상 프로그램도 많이 하고요. 올해는 명동예술극장 활성화를 위해 90%대까지 극장 가동률을 높이고 공연 또는 극장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는 날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년 365일 상시 개방하니 명동에 놀러 오면 한번 들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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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 연습실에선 시민 대상 희곡 낭독 아카데미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객석으로 향하는 문을 열자 작은 공간이 있고 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박 대리가 “이 공간은 전실”이라며 “공연장에 외부 소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음을 위한 공간으로 지연 입장객은 여기에 잠깐 머물러 바깥쪽 문을 닫아 소음을 차단한 뒤 객석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죠. 3개 층에 걸친 관객석과 배리어프리를 위해 마련된 널찍한 휠체어석, 무대 양옆 자막용 스크린을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은 무대 뒤로 들어가 조명·음향기기 및 무대감독의 모니터 등 평소 볼 수 없었던 부분을 둘러봤어요.

이번 ‘로제타’ 공연의 경우 밴드를 활용해 무대 한켠에 드럼이 설치돼 있었고, 무대 위 줄줄이 달린 조명 사이로는 공연 중 사용하는 샹들리에가 보였죠. 기획·연출에 따라 VR·로봇 등 과학기술도 공연에 활용한다고 해요. 연극 내용에 따라 백스테이지 분위기는 조금씩 다른데, 어떤 내용이든 공연 중에 배우들의 감정선이 틀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죠. 안쪽 구석에는 동선 표시 등 다용도 마스킹테이프는 물론 안전헬멧·응급키트도 갖춰졌고요. 돌아 나오면서는 무대감독들이 음향·조명 사인을 보내는 콘솔도 구경했죠.

관객에게 드러나는 배우뿐 아니라 무대를 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한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박 팀장은 “연출과 작가, 무대·조명·음향감독, 의상·소품·분장디자이너, 홍보·마케팅까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했죠. 모든 주인공의 이름은 해당 연극 프로그램북에 실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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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서희·조율희·임태연(왼쪽부터) 학생기자가 늘 보는 무대 정면이 아닌 무대 뒤에서 어떤 노력이 펼쳐지는지 알아봤다.

“개인적으로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배우들이 인사하며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고 때로 기립하기도 하는 그 순간, 그때까지의 고됨·힘듦이 다 날아가고 행복만 남는다”고 말한 박 팀장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였어요. “지금은 모든 게 디지털·이미지화하는 세상이죠. 그 가운데 연극은 아날로그적으로 현장감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장르라 더욱 매력적입니다. 저희 목표가 ‘모두가 사랑하는 연극, 모두가 사랑하는 국립극단’인데요.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리 연극이 통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극단 박정희 단장 겸 예술감독님이 지난해 취임 때 연극 1편 보는 게 책 1권 읽는 것과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크게 공감해요. 시간이 되면 한번 연극을 보며 나를 돌아보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동행취재=임서희(서울 해누리초 6)·임태연(서울 신명중 1)·조율희(서울 잠신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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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울 명동예술극장은 우리나라 연극을 대표하는 국립극단의 전용극장으로, 오래된 건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무대가 주는 긴장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국립극단 관계자 인터뷰로 배우뿐 아니라 연출, 무대미술, 조명, 음향 등 많은 사람이 함께 노력해야 한 편의 연극 공연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어요. 화려한 명동 한복판에서 연극을 통해 오랜 세월 시민들과 함께해 온 명동예술극장은 한국 연극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죠. 연극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주고, 앞으로 공연을 볼 때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좋은 기회가 된 취재였어요.
-임서희(서울 해누리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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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연·임서희·조율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을 찾아 연극예술이 무엇인지부터 연극 제작 과정과 무대 뒤의 많은 노력에 대해 알아봤다.

수요일 낮 12시 점심시간에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가면 명동 한복판에서 짧고 유쾌한 공연 한 편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공연을 보았는데요. 유쾌한 가야금 연주와 함께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재미있었죠. 그리고 연극에 관해 인터뷰했어요. 연극은 극본부터 무대미술까지 여러 가지 예술 요소가 모여서 하나의 작품을 이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연극과 일반 연극의 차이점이 인상 깊었는데요. 가장 큰 차이점은 일반 연극보다 어린이·청소년 연극은 제작과 기획을 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연극을 관람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많은 것들을 고려해 제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취재하며 연극에 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태연(서울 신명중 1) 학생기자

어릴 때부터 공연에 관심이 컸기에 중학교 입학 이후에도 꾸준히 여러 공연 영상을 찾아보곤 했는데요. 이번 국립극단 취재는 공연에 대한 제 관심을 더 북돋워 주었어요. 다른 공연에 비해 잘 몰랐던 연극에 관해 인터뷰하며 연극의 특징, 국립극단의 역사 등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죠. 또, 국립극단의 어린이·청소년극에는 실제 청소년 17인이 참여하며 더 오랜 시간을 투자해 제작한다는 게 많이 와 닿았죠. “어린이·청소년 연극은 미래의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국립극단의 연극에 대한 진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 기억에 크게 남았습니다. 또 역사가 깊은 명동예술극장의 백스테이지를 둘러보고, 취재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조율희(서울 잠신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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