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방병원 난립한 목포 ‘나이롱 환자’ 등 무더기 보험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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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 보험사기 사건이 또 발생했다. 사진은 한방병원에서 침 시술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전남 목포시에서 한방병원의 진료기록 등을 꾸며 정부의 요양급여비를 허위로 타낸 한방병원 의사·한의사 등 53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요양급여비는 한방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서 받는 돈이다.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최근 허위 환자를 입원·치료한 뒤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한 것처럼 속여 요양급여비를 타낸 혐의(의료법 위반·특경법상 사기)로 목포 A한방병원 원장 B씨(40) 등 의사·한의사 8명과 간호사·병원 직원 29명, 허위 입원환자 16명 등 5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의사·한의사를 고용하거나 명의를 빌린 뒤 허위 요양급여비 6500만원을 받아낸 혐의다. B씨 일당 중 일부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고령의 한의사 등이 A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것처럼 진료기록을 꾸며 보험금을 타낸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경찰은 원장 B씨의 아버지(70)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이른바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인 자격이 없는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전문의 등 명의로 개원한 후 병원을 실제 운영하는 곳을 말한다. 사무장병원은 의료법상 불법이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없다. 요양급여비 청구 후 사무장병원임이 적발되면 공단은 지급된 요양급여비를 전액 환수한다. 목포 지역 의료계 안팎에선 “A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밝혀질 경우 환수액은 수억~수십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경찰은 A병원 외에도 허위 진료기록서를 꾸며 이른바 ‘나이롱 환자’를 받는 병원 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교통사고 환자 비중이 높은 한방병원의 보험사기 및 사무장병원 등은 3~4년 전 대대적인 단속·적발 후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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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호남 지역 한방병원에서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한방병원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광주(89곳)와 전남(29곳)·전북(37곳) 등에 개설된 한방병원은 총 155곳으로, 전국 한방병원(600개)의 25.8%에 달한다. 호남 인구가 전국의 9.6%(491만2824명)임을 감안하면 한방병원은 인구대비 2.5배 이상 많다. 인구 932만명인 서울(90개)과 비교했을 때는 491만명인 호남의 한방병원 수가 72.2%(65개) 많다.

광주는 또 인구 10만명당 한방병원 수가 6.4곳으로 전국 평균(1.17곳)보다 5배 이상 많고, 한방병원 수가 가장 적은 제주(0.15곳)에 비해서는 한방병원이 42배 이상 많다.

한방병원이 많다 보니 2023년 기준 호남의 한방병원 요양급여비는 전국 총액(3948억원)의 35.6%(1404억원)를 차지했다. 이중 광주의 인구 1인당 한방병원 요양급여비는 6만1612원으로 전국 평균(7718원)의 8배에 달했다. 광주의 1인당 한방병원 요양급여비 지급액은 경북(1243원)의 50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호남에 한방병원이 몰린 원인을 지역 대학 연고지와 양방보다 한방병원을 신뢰하는 노령 인구가 많은 특성 등을 꼽는다. “전남과 전북에 각각 한의대가 있고, 입원치료를 선호하는 고령층이 많은 데다 타 지역에서 한의원을 하다가 고향에서 한방병원을 여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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