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른손은 악수, 왼손엔 칼”…여야 협의체 시작부터 파행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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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오른손으로 악수하고, 왼손으로 칼을 꽂는 민주당과 협의체를 가동할 수 있겠나.”

9일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가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한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에 대해 꺼낸 말이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0분 간 오찬 회동을 통해 내놓은 국정 협의체가 가동 전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정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직후 국민의힘에선 “여당의 내란 몰이와 입법 독주가 계속된다면 협의체 가동은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퍼졌다. 정 대표가 “내란의 늪에서 빠져 나오라.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직격하는 등 시종일관 국민의힘을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3대 특검법 개정안,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강행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고수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정반대의 인식을 드러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8일) 회담에서 합의된 여야 민생경제협의체가 원만하게 구성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및 특검 연장법 중단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 주요 악법 보완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등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송 원내대표는 “진정성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대화와 협치는 허울 좋은 말 잔치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장동혁 대표가 검찰 해체 시도를 포함한 졸속적인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서 명확히 반대의 뜻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야당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분명한 약속을 했다”며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민주당이 9월 25일경 본회의에서 검찰 해체 시도를 강행한다면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용산 대통령의 완전한 레임덕이자 정청래 여의도 대통령의 입법 독재로 간주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규정하고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와중에 협치가 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초선 의원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협의체 역시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여야가 전날 청년 고용 대책과 배임죄 완화 등을 우선 검토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양당의 시각차는 뚜렷하다.

청년 고용 대책의 경우, 국민의힘은 지난달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노란봉투법과 ‘더 세진 상법’(2차 상법 개정안)의 보완 입법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상법 개악으로 ‘주주를 지키면 배임,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위법’이라는 역설까지 만들어 우리 기업을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임죄 완화 방안을 놓고도 민주당은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집단소송 등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에 국민의힘은 기업의 민사 책임을 강화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부동산 대책을 놓고도 정부는 9·7 공급 대책으로 도심 공공임대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장동혁 대표는 “공공임대 주택을 무한정 늘려 청년과 서민의 내 집 마련 의지를 꺾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양당이 협의체를 정례화하지 않은 것도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정례화된 여·야·정 국정 협의체가 출범했지만 한 차례 회의 직후 중단됐다. 지난해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여·야·정 협의체 설치를 제안했지만 무산됐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가 바라보는 정책적 지향점이 완전히 다른 만큼, 과거 유명무실화 된 협의체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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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 관련 입장을 발표 중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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