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최악 가뭄으로 강원 강릉지역에 단수 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내 한 생활용품점이 제한급수 필수품을 모아 놓고 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물 한 방울도 아쉽습니다. 설거지하는 물만 아껴도 큰 도움이 되겠죠.”

9일 오전 강원 강릉시의 한 사회복지시설을 찾은 어르신들이 식판에 일회용 비닐 커버 씌우고 배식을 받았다. 국은 종이로 된 일회용품에 담겨 나왔고 나무젓가락과 플라스틱 숟가락이 지급됐다. 물도 0.5L 생수가 나왔다.

극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릉시는 현재 강릉시립복지원과 강릉종합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65개소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해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식기 세척에 필요한 물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절약된 물은 우선적으로 입소자들의 생활 위생관리와 필수적인 급수 용도로 쓰이고 있다. 강릉지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도 물 절약을 위해 교내 음수대 사용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하루에 학생 1인당 0.5L짜리 생수 3병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7일 강원 강릉시 한 상인이 설거지 물을 아끼기 위해 고무대야를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채희 강릉시 복지민원국장은 “가뭄 극복은 시민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물 절약 실천은 공동체 차원의 모범사례로 가정과 민간부문에서도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시민들의 절약 운동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직장인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뭄이 심각하다, 뭔가 조금이라도 보태자는 생각에 머리를 제법 짧게 잘랐다”며 “물을 덜 쓸 수 있겠지”라는 글을 올렸다.

강릉의 한 아파트에 산다는 또 다른 시민은 “물을 덜 쓰기 위해 20L짜리 물통 2개를 사서 강릉 외곽의 지하수가 있는 지인 농장에서 물을 받아왔다”며 “수돗물을 미리 받아 놓으면 결국 다른 주민이 피해를 보게 돼 화장실 물로 쓰고자 지하수를 받아왔다”고 했다.

이처럼 가뭄 상황에 필요한 물품을 찾는 이들이 급증하자 물통, 양동이, 쓰레기통 등을 입구에 줄지어 배치하는 마트와 생활용품 판매점도 늘고 있다.

지난 8일 강원 강릉시 내곡동 한 아파트 입구에 정차한 급수차에서 주민들이 직접 가지고 온 물통에 생활 용수를 받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일회용품을 찾는 이들도 많아져 일회용 그릇과 젓가락 등이 이미 동난 마트도 상당수다. 한 마트 관계자는 "평소보다 일회용품 판매량이 훨씬 많아 발주를 늘리고 있지만 금세 동난다"며 "주민들이 설거지도 제대로 못 하다 보니 일회용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강릉시민들의 이런 노력 덕분에 강릉지역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2.3%로 전날과 비교에 0.1%포인트만 줄었다. 강릉시 관계자는 “대규모 저수조가 있는 공동주택 주민들을 비롯해 전 시민이 물 절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 저수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가뭄은 이제 강릉을 넘어 강원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삼척ㆍ정선ㆍ태백의 주요 생활 수원인 광동댐 저수율은 현재 37.6%로, 예년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가뭄 단계가 ‘관심’에서 곧 ‘주의’로 격상될 전망이다. 영남권 16개 시ㆍ군에 물을 공급하는 안동ㆍ임하댐은 지난 3일 가뭄단계가 ‘주의’로 격상됐다. 현재 안동댐의 저수율은 42.2% 임하댐은 53% 수준이다.

한편 극심한 가뭄을 겪는 강릉에 이번 주말 단비가 내릴 전망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3일 한반도를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릉을 포함한 영동 지역에 비가 올 확률이 오전 80%, 오후 70%로 예상된다. 지역별 예상 강수량은 오는 11일 발표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