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민자 싫어하는 트럼프…우크라 난민 피살에 돌연 분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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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반(反) 이민 정책을 밀어 붙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달 전 우크라이나 난민 출신 여성을 상대로한 ‘묻지마 살인’ 사건을 다시 조명하고 나섰다. 해당 사건이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시장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일어나자 이를 ‘범죄와의 전쟁’의 정치적 공세로도 이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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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경전철에서 살해된 우크라이나 난민 이리나 자루츠카(오른쪽 아래)의 사건 직전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성경박물관에서 열린 백악관 종교자유위원회 회의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그녀는 그냥 앉아 있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일어난 미치광이(lunatic)에게 잔인하게 찔렸다”며 “녹화된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럿에서 한 흑인 남성이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리나 자루츠키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두고 한 말이다. 해당 사건은 SNS서 범행 현장을 찍은 감시카메라 영상이 뒤늦게 확산하면서 전국적으로 여론의 공분을 샀다. 피의자 데카를로스 브라운 주니어는 강도와 절도 등의 중범죄로 14번 체포된 전적이 있으며 지난 1월에 응급구조 서비스 911 신고를 오용한 혐의로 체포된 뒤 석방됐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민주당 정치인들을 비난하는 별도의 성명문까지 냈다. 백악관은 “타락한 전과자들이 거리로 나가 강간, 약탈, 살인을 저지르고 국가를 파괴할 자유를 누리는 것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민주당 정치인, 검사, 판사들이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워크(woke, 인종·성·성 정체성 차별에 저항한다는 뜻)’ 의제를 우선시한 결과”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그곳에서는 ‘무(無)보석 석방’과 ‘경찰 예산 삭감’ 같은 급진 좌파 정책이 타락한 직업 범죄자들을 거리로 돌려보냈다”며 “민주당이 운영하는 도시에서 일상화됐다”고 했다.

일론 머스크도 X에 “범죄자들이 투옥되기 전에 체포되는 경우가 몇건 되느냐”고 논란에 참전했다. 머스크는 또 “만약 피해자가 흑인이었다면 길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보수 논객 벤 샤피로의 발언을 공유하며 주류 언론이 흑인 피의자 사건에 침묵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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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백악관 종교자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트럼프 대통령.[AP=연합뉴스]

백악관의 이같은 강경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는 ‘범죄와의 전쟁’의 정당성을 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이 있는 워싱턴DC와 LA 등을 ‘범죄 도시’로 낙인 찍으며 주방위군을 투입한 상황이라 노스캐롤라이나의 묻지마 살인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가 됐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는 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 중 한 곳으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겼지만, 함께 열린 주지사 선거에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격전지로 꼽힌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민주당이 범죄에 관대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언급하는 주요 이슈”라며 “노스캐롤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다룰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까지 나서자 민주당 소속 조쉬 스타인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이날 X에 “폭력 범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숙련된 경찰관 채용을 위해 예산안을 통과시켜 달라. 더 많은 경찰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비 라일스 샬럿 시장도 “경찰들이 범죄자를 체포 후 빨리 풀어주곤 했는데, 법원과 지방 판사의 오판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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