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팩플] 한발 물러선 구글, "보안시설은 가리고, 좌푯값은 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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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하기 위해 정부가 내건 조건을 일부 수용했다. 지도 속 보안 시설은 가리고, 좌푯값도 제거한다. 다만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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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부문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에 관한 구글의 수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구글코리아

무슨 일이야

구글은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도 데이터 반출을 위해 한국 정부의 조건을 일부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국 지도 이미지를 구글맵 이용자에게 제공할 때, 안보 시설에 ‘가림 처리’(blur)하고, 한국 영토에 한정해 위도와 경도를 표시하는 좌푯값을 삭제할 계획이다. 이날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부문 부사장은 “좌푯값은 지도의 기본 언어인데, 한국만 예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알아보면

구글이 한국 정부에 1: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한 것은 2007년,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현행 공간정보관리법은 1:2만5000 축척보다 세밀한 지도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두 차례 모두 안보 우려를 들어 반출을 불허했다. 구글은 9년만인 지난 2월 다시 지도 반출을 요청했다.

왜 지도가 중요해

구글이 거듭 반출을 요청하는 이유는 1: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모빌리티 서비스 구축을 위한 필수 데이터여서다. 이 축적으로 지도를 만들면 50m 거리를 지도상 1㎝로 표현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하며, 향후 자율주행차, 드론 및 로봇 배달 등 배송 관련 서비스에도 들어간다. 구글에 따르면 구글 지도에서 자동차·도보 길 찾기가 안 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북한 등 세 나라 뿐이다.

정부의 조건은

정부는 구글에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안보시설에 대해 가림 처리할 것을 반출 조건으로 걸었다. 또 공간관리법 및 국가기지법 등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선 지도 내 좌푯값도 제거하도록 했다. 고정밀 지도는 군사적 가치가 커서 해외로 반출될 경우 안보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서다. 구글은 이 조건 중 일부를 수용한 것이다.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1:5000 축적의 고정밀 지도는 방공망 구축처럼 군사용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며 “그만큼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하지만 구글은 이날 국내에 데이터센터 설립안은 계획에 없다고 못 박았다. 국내 지도 데이터를 국외 데이터센터로 분산시킨 뒤 연산(컴퓨팅)해야 해외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국내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데이터 보안 책임자를 고용할 계획이다.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만일을 대비해 보안 책임자를 두고, 정부와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정부는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9개 관계부처로 이뤄진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당초 지난 5월과 8월 회의를 열었지만, 결정을 두 차례 유보했다. 이 과정에서 지도 반출은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무역장벽 요소로 논의되기도 했다. 오는 11월 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선 구글이 데이터센터 설립안을 수용하지 않은 만큼 한국 정부가 반출을 승인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진무 교수는 “민감한 지리 정보는 국내에 저장해야 정부가 이를 관리·통제할 수 있다”며 “이게 성사되지 않으면 (정부는) 끝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IT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남아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은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매년 ‘간행 심사’를 통해 보안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평가받는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구글에 한 번 예외를 적용하면 애플, 텐센트 등도 이를 따라할 것"이라며 "국내 기업만 바보 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더중앙플러스 :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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