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네팔, 반정부 시위 폭동으로 격화…대통령 관저도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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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카트만두에서 경찰의 시위 진압 이후 발생한 반정부 시위 현장에서 한 남성이 네팔 국기를 몸에 두른 채 대통령 집무실에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소셜미디어(SNS) 접속 차단과 정부의 부패에 격분해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폭동 수준으로 격화했다.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와 정부 청사, 정치인 자택 등에 방화를 저질렀고, 화상을 입은 전직 총리의 아내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9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시위대가 잘라나트 카날 전 총리의 자택을 공격하면서 총리의 아내가 중화상을 입고 사망했다. 이날 오후 늦게는 경찰청 본부 건물에서 총격 사건도 발생했고, 정부 부처가 밀집한 행정 단지에서도 방화로 불길이 치솟았다.
시위대는 통행금지령을 무시하고 총리실 인근과 국회 의사당에 집결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SNS에는 시위대가 주요 정치 지도자들의 자택을 공격하는 영상이 빠르게 퍼졌으며, 대통령 포우델과 고위 장관들의 자택 및 사립학교가 불에 타는 장면도 포착됐다. 네팔군은 대통령을 헬기로 군사 훈련 센터로 대피시켰다.

9일(현지시간) 카트만두에서 경찰이 SNS 차단과 정부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를 진압한 다음 날, 시민들이 대법원 건물에서 치솟는 불길 옆을 지나가고 있다. 네팔 젊은 시위대는 같은 날 국회에도 방화를 저질렀으며, 올리 총리는 시위대의 압박에 따라 사임했다. AFP=연합뉴스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정부의 SNS 차단 조치다. 네팔 당국은 지난 5일부터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26개 소셜미디어 접속을 차단한 데 반발해 일어났다. 특히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에 소극적인 정부에 실망한 젊은 층이 대거 시위에 가담하면서 카트만두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로도 확산했다.
사태가 악화되자샤르마올리 총리는 이날 대통령에게 사임서를 제출했다. 올리 총리는 서한에서 “만연한 비정상적 상황을 고려하고 문제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헌법에 따라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포우델 대통령은 사임서를 수리하고 새 총리 선출 절차에 착수했다. 올리 총리는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9일(현지시간) 네팔 카트만두에서 시위대가 국회 단지 앞에서 시위 도중 19명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정부의 SNS 차단 조치와 부패 문제에 반발해 시작됐으며, 이후 SNS 차단은 철회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네팔은 239년 이어진 왕정을 2008년 폐지하고 연방공화국으로 전환했으나, 이후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돼 이번까지 총리가 14차례 교체됐다. 부패 척결과 경제 성장을 촉구하는 젊은 층의 불만이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이날까지 22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쳤다.
한편 프리트비 수바 구룽 네팔 정부 대변인 겸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은 “SNS 차단 조치를 철회했다”며 “(현재)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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