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LPGA 우승마저 닮은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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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데뷔 시즌에 나란히 우승하며 사상 최초로 ‘쌍둥이 우승자’ 기록을 세운 이와이 자매. 언니 아키에(왼쪽)는 바지를, 동생 치사토는 치마를 즐겨 입는다. [사진 요넥스]
크리스마스 아침, 잠에서 깬 8살 쌍둥이 자매는 골프백 2개를 발견했다. 언니 아키에 머리맡엔 파란색, 동생 치사토 옆엔 분홍색 백이 놓여있었다. 일본의 이와이 아키에, 치사토(이상 23) 자매는 올해 신인으로 LPGA 투어에서 각각 우승, 사상 최초로 ‘쌍둥이 자매 우승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JLPGA 무대에서만 통산 14승을 합작한 자매는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세계 랭킹은 아키에가 23위, 치사토가 32위다. 자매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아키에는 파란색, 치사토는 분홍색이 트레이드마크다.
- “초등학교 2학년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에게 골프 클럽을 부탁했는데, 아침에 보니 파란색과 분홍색으로 나뉘어 있었다.”(아키에) “나는 산타에게 ‘분홍색이 좋아요’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치사토)
집안일로 바빴던 어머니가 연습장에 가는 아버지(이와이 유우지)에게 “쌍둥이를 데려가라”고 하면서 자매는 골프를 시작했다. 자매가 골프에 흠뻑 빠지자 교도관이었던 아버지는 술·담배·파친코를 끊고 용돈도 2만엔으로 줄였다. 그리고 자매를 뒷바라지했다. 아버지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즐거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주로 바지를 입는 아키에는 “귀여운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라고 했다. 반면 스커트를 즐겨 입는 치사토는 “멋진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기분 전환을 위해 가끔 여성스럽고 귀여운 걸 섞고 싶을 때 치마를 입는다”고 했다. 자매는 드라이버 색깔처럼 성격과 경기 스타일도 대비된다. 아키에는 공격적이고, 치사토는 치밀하다.
- 자매끼리 서로 경쟁할까.
- “만약 마지막 날 마지막 조에서 경쟁한다면, 치사토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을 거다.”(아키에) “경쟁심 20%, 동료의식 80%인 것 같다. 다만 언니가 우승하면 (기쁘다가) 일주일쯤 지나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치사토)
자매는 일본 여자골프가 강해진 이유로 2019년 시부노히나코(27)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꼽았다. 자매는 “TV로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일본인이 메이저 2승인데, 가까이에서 보며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 한 명 성공하기도 어려운데, 자매가 동시에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다.
- “가장 가까운 곳에 라이벌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아키에) “운동회, 마라톤에서도 늘 1·2위를 다투며 서로 끌어올렸다.”(치사토)
- 어려움도 있을 텐데.
- “돈이 2배로 드는 게 단점이지만, 즐거움도 2배라고 생각한다.”(아키에) “비교당하는 게 힘들다. 그러나 주목받는 건 반대로 장점도 될 수 있다.”(치사토)
자매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은 가르침(“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도와줘라. 외로운 아이가 있으면 함께 있어라.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절대 하지 마라. 여자아이와 어린아이에게는 친절하라”)을 지금도 마음에 새긴다. 아버지는 또 “점심시간에 혼자 있는 아이를 그냥 두지 말고 같이 먹어라”라고도 가르쳤다.
자매는 3~4주마다 캐디와 매니저를 교체한다.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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