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홍문표 aT 사장 “K푸드 수출로 얻는 이익, 농어민에게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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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대한민국은 전 세계 208개국에 K푸드를 수출하며 식품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보배 같은 원료를 생산하는 농어민에게도 이익을 나눠줘야 한다.”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농어민이 잘살아야 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산물을 통한 부가가치의 일정 부분이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돼야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젊은 농업 인구도 늘어날 것”이라면서다. 같은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월 15만원의 농어촌 기본소득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홍 사장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임기 중 14년을 농해수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한 ‘농업 전문가’다. 낙선을 했던 2008~2011년에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냈다. aT는 농산물 가격 안정, 수출 품목과 대상 확대 등 농정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홍 사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유통 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추진해왔다.
-취임 1주년이다. 그간의 성과와 한계는.
“취임 후 각종 현안을 살피다 보니 체중이 3kg 줄었다. 특히 기후문제는 각국이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지 코로나19처럼 어디선가 백신을 생산해서 보급하는 식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선 기후문제에 매일 부닥치고 있는데 국회와 정부만 믿고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임 한 달 만인 지난해 9월 10일 ‘기후변화 대응 수급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이를 지난 2월 ‘기후변화대응부’로 격상해 지속가능한 추진체계를 확립했다. 친환경ㆍ저탄소 농어업 전환, 씨종자ㆍ신품종 개량 등 기후변화대응 7대 혁신전략을 도출해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며, 이 중 3건은 이미 국회 공청회를 완료했다. 최선을 다해 하나씩 풀어가고 있지만 큰 틀의 기후변화 대책이나 관련 예산은 늘 부족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지난달 26일 강원 정선 준고랭지 신품종 여름배추 시범재배 현장에서 홍문표(오른쪽에서 둘째) aT 사장 등이 하라듀 신품종 배추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후변화 대응의 성과로는 무엇이 있나.
“지난해 8월 극심한 가뭄과 폭염으로 배추 생산량이 30% 이상 줄어 포기당 1만원이 넘는 ‘금배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고 개발 중인 게 ‘하라듀’다. 하라듀는 여름 하(夏)에 오래 견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듀러빌리티(durability)’를 합친 이름이다. 현재 강원도 평창ㆍ정선, 전북 남원 등 5개 지역 6개소에서 300톤 규모의 시범재배를 진행 중이다. 기존 고랭지 중심의 생산체계를 준고랭지, 전남 지역까지 확대하고, 재배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45~50일로 단축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속이 꽉 찼고, 식감이 좋아 내년부터 보편화할 거다.”
-제2ㆍ제3의 하라듀도 개발 중인가.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다양한 품목에서 기후적응형 신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할 계획이다. 신고배보다 재배 기간을 15일 단축한 신화배, 착색이 안정적이고 식감이 젤리와 유사한 젤리팝 포도, 전국 어디에서나 재배 가능한 홍산 마늘 등이 기후변화에 강한 신품종이다. 특히 골드베리 딸기는 과육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데다 유통기한이 기존의 2배라 수출 경쟁력이 매우 높다. 이런 신품종을 상품화하고, 국내외 유통과 수출 판로를 확보ㆍ관리하는 게 aT의 주된 역할이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세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불합리한 유통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5~6단계인 유통 구조를 2~3단계로 줄이는 ‘유통의 디지털 대전환’이 물가 안정에 가장 필요하다. 이를 위해 aT는 세계 최초로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만들었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 도매시장의 거래실적은 지난해 6737억원으로 목표치 5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5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5% 성장했다. 올해 1조원, 2027년엔 가락시장과 동등한 규모인 5조원 시장으로 육성하는 게 목표다. 온라인 도매시장과 카카오 커머스 플랫폼을 연계해 유통단계를 단축하는 등 카카오와의 협력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 6월1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힐튼호텔 내 프리미엄 한식당 누리그릴앤바에서 열린 할랄인증 한우 런칭행사에서 홍문표 aT사장(빨간 넥타이)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중동 최초 한우 수출이 마무리 단계다. 향후 할랄 시장 확대 전략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한류 확산과 함께 고급 한국식 바비큐 레스토랑이 늘고, 프리미엄 한우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이슬람 율법에 따라 제조ㆍ가공ㆍ보관한 할랄 한우임을 인증받기가 어려웠는데,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횡성케이씨가 UAE 국제 할랄 도축장 인증을 획득하면서 수출 물꼬가 트였다. 중동 시장 첫 진출은 10월 말로 예상된다. 앞으로 인구 2억8000만 명 중 87%가 무슬림인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 등 할랄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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