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빚더미 개혁할 새 프랑스 총리에 ‘수수께끼’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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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신임 총리 세바스티앵 르코르뉘(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AFP=연합뉴스

“수수께끼(énigme)같은 인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임명한 신임 총리 세바스티앵 르코르뉘(39)에 대한 현지 매체 르몽드의 평가다. 전날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가 하원에서 불신임되자 새로 총리에 오른 르코르뉘는 마크롱 집권 이후 단 한 번도 장관직에서 물러난 적 없는 유일한 인물이다. 성격은 “신중하고 비밀스러우며 충성심이 강하다”고 한다.

르코르뉘는 2005년 최연소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디딘 이후 2017년 에두아르 필리프 정부에서 최연소 장관으로 발탁됐다.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마크롱 대선 캠프의 핵심 인물로 활약했고, 보른 내각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이어 아탈, 바르니에, 바이루 내각에서도 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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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일(현지시간) 당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이 파리의 엘리제 궁에서 열린 신정부의 첫 내각 회의를 마치고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르코르뉘는 프랑수아 바이루 등 행정 관료의 색채가 강한 전임 총리들과 달리, 합의(consensus)를 중시하며 난제를 조율하는데 능력을 발휘한 ‘문제 해결사’로 꼽힌다. 다른 한편으로는 밀실 정치인의 표본이기도 하다. 언론 노출을 철저히 꺼리고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는다. 틱톡 계정 역시 없다. 대중 인지도가 낮아 프랑스인에겐 “무명”으로 평가된다. 그의 정치 롤모델인 베르나르 카즈뇌브 전 총리의 “할 말이 없으면 말하지 마라”라는 가르침을 철저히 따랐다고 한다. 극우 국민연합(RN) 소속 마린 르펜 의원과 두 차례 비공개 만찬을 가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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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하원의 신임 표결에서 불신임 결정을 받아 사임한 프랑수아 바이루(왼쪽) 전 총리와 바통을 이어받은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AFP=연합뉴스

마크롱이 베일에 싸인 르코르뉘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재정위기 타개다. 현재 프랑스는 유로존에서 최대 수준의 재정 적자국으로,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14%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루의 후임자는 재정 적자 축소를 위해 지출 삭감보다 세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에리크 롱바드 재무장관은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10월 7일까지 내년 예산을 초안해야 한다”며 강경 긴축 예산안 편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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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캉에서 "Bloquons tout"(모든 것을 막자) 시위 운동의 일환으로 카딕스 고가교를 막기 위해 시위대가 불을 질렀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르코르뉘 내각 앞에 놓인 상황은 녹록치 않다. 마크롱 대통령 탄핵부터 조기 총선까지 거론되는 프랑스 정국에서 재정개혁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마티유 플레인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 부국장은 “정치적 교착 상태 속에서 높은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이 프랑스의 위기”라며 “장기적인 혁신 및 교육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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