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빅터의 울음과 괴물의 미소…더 가까이, 더 생생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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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실황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의 한 장면. 앙리 역의 배우 박은태(왼쪽)와 빅터 역의 규현을 근접 촬영했다. 18일 개봉한다.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어둠 속에 주저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흐느끼는 두 남자. 막 혈투를 끝낸 빅터와, 그의 친구 앙리의 모습을 한 괴물이다. 살짝 벌어진 빅터의 입술이 달싹이자, 참았던 울음이 새어 나온다. 그런 그를 반쯤 감은 눈으로 바라보는 괴물은 웃는 듯 우는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뮤지컬 라이브’(이하 ‘프랑켄슈타인’) 속 한 장면이다. 죽지 않는 군인을 만들고 싶었던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그의 실험으로 태어난 괴물의 비극적 운명을 그린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실황 영화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제공하고 위즈온센 박재석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규현(빅터·자크 역)과 박은태(앙리·괴물 역)가 함께 무대에 오른 지난해 8월 23일 촬영됐다. 18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다.
9일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공개된 영화는, 공연장의 긴장감을 더 가까이,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주력한 듯 보였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비장한 분위기의 서곡이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돌비 래버러토리스가 개발한 객체 기반 3D 서라운드 음향 기술)를 통해 영화관 구석구석 울려 퍼지는 첫 시퀀스부터 현장감이 상당했다. 배우들의 숨소리, 넘버가 끝날 때마다 환호하는 관객의 박수 소리도 몰입감을 더한다.
실연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은 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김지원 EMK 부대표는 “무대와의 거리가 멀어서 보이지 않거나, 관객 기준 옆모습이나 뒷모습만으로 연기하는 배우의 얼굴도 자세히 클로즈업됐다”고 설명했다. 최후의 일전을 벌인 후 마주 보는 빅터와 괴물의 얼굴 샷을 교차해 보여주거나, 싸움 후 쓰러진 괴물이 누운 채로 노래하는 얼굴을 가까이 비추는 식이다.
앙리 역의 박은태 배우는 “무대에선 관객에게 등만 보인 채, 혹은 옆모습만으로 연기해야 할 때도 잦다”며 “예를 들어 관객석을 등진 채 무대 뒤로 걸어가며 앙리를 노려보는 장면에서 내 표정은 앙리밖에 보지 못하는데, 카메라가 그때의 내 얼굴도 잡아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위해 제작진은 꼬박 1년여를 투자했다. 촬영에는 13대의 고화질 카메라가 동원됐다. 박재석 감독은 “촬영 한 달 전부터 씬 구성을 시작했다”며 “중요도에 따라 각 카메라가 언제, 무엇을 찍을지 미리 분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원종원 평론가는 “실황 영화는 연출가 의도에 따라 스토리를 임의로 보여주는 게 특징”이라며 “결과적으로 영화도 공연도 아닌 새로운 장르의 무언가가 탄생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실황 영화가 K-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앞당길까. 김지원 부대표는 “최근 K-콘텐트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데, 이제는 K-뮤지컬 시대가 올 것”이라며 “프랑켄슈타인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 뮤지컬 위상과 멋짐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원작 라이선스 문제 등이 해결돼야 이런 시도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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