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장에서] 관중석 없이 바닷가 바람만…황량했던 파운더스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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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섭

지난 7일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파운더스컵은 대회 내내 썰렁했다. 전남 영암 간척지라는 외진 장소에서 열린 탓에 관중이 거의 없었다. KPGA도 이를 예상한 듯 관중석을 설치하지 않았고, 스코어 기록실과 기자실은 컨테이너 박스로 대체했다. 그런 가운데 KPGA 사무국 해고 직원의 골프장 앞 시위까지 겹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상금은 같은 기간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갤러리 규모는 10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파운더스컵은 KPGA 창립자를 기리는 의미있는 대회다. 하지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협회 재정으로 치른 저예산 대회이기도 했다. 김원섭(63) 회장 체제의 KPGA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김 회장은 2023년 12월 “국제통이자 마케팅 전문가로서 KPGA를 발전시키겠다”며 출마해 당선됐다. 임기 4년의 반환점을 향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제네시스 챔피언십의 한국인 출전선수를 30명에서 36명으로 늘린 건 성과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마스터스의 한국 패싱’ 사태는 그런 성과를 덮었다. 마스터스는 세계 6개국 내셔널 오픈 우승자에게 출전권을 주기로 했는데, 한국오픈은 제외됐다.

한국오픈의 주최는 대한골프협회(KGA)지만, KPGA 역시 주요 이해 당사자다. 아시안투어(홍콩), 일본투어 등 각국을 대표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는 포함된 상황에서, KPGA 코리안투어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이는 KPGA 선수들의 마스터스 진출 기회가 스포츠 외교 실패로 무산됐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한 김 회장 해명은 “전혀 몰랐다”였다. 미국 국적자인 그는 지난해에만 마스터스, 디 오픈, 올림픽, LIV 홍콩 등 해외출장을 다니며 누구보다 세계 골프계를 가까이에서 봤다. 스스로 “국제통”이라고 했던 그의 “몰랐다”는 답변은 이해하기 어렵다.

취임 당시 김 회장은 “나는 재벌도 정치인도 아닌 마케팅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케팅 전문가 회장 체제에서 대회 수는 오히려 줄었다. DP월드 투어(유러피언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을 제외하고 지난해 21개(총상금 221억원)였던 KPGA 투어는 올해 19개(211억원)로 줄었다. 그 19개 대회 중 3개 대회는 KPGA가 대회 당 10억원 넘게 재정을 투입한다.

KPGA는 올해 내내 노사 갈등으로 시끄럽다. 또 김 회장 비판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공문을 언론사 3곳에 보내기도 했다. 김 회장의 잦은 해외 출장도 뒷말이 나온다. 여자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과 KGA조차 참석하지 않은 시니어 오픈에도 출장을 다녀왔는데, KPGA와 어떤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취임 전 류진 풍산 회장 보좌역이었던 김 회장이 여전히 그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그밖의 다른 회사와도 자문 계약을 맺는 등의 여러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이런 의구심은 김 회장이 KPGA에 전념하고 있는지와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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