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조현 "수갑 없이 출국해야"…루비오 "트럼프, 韓요청 조속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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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조현 외교장관은 10일(현지시간) 오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의 석방과 관련 “수갑 등에 의한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하게 미국을 출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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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당국에 구금된 한국인들을 데려오려던 전세기 출발이 미국측 사정으로 어렵게 된 10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이 수감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주차돼 있던 버스가 이동에 앞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백악관에서 루비오 장관을 만난 조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제조업 부흥 노력에 기여하고자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미국에 온 우리 근로자들이 연행되는 과정이 공개돼 국민 모두가 하나같이 큰 상처와 충격을 받은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이같은 뜻을 전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조 장관은 또 근로자들이 “향후 미국을 재방문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미 행정부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력해 요청했다. 조 장관은 특히 이러한 요청을 하면서 “(구금된 근로자는)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표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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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300여명의 조속한 석방 및 귀국을 위해 방미 중인 조현 외교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DC의 숙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미국의 이민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의 입장과 차이가 난다. 놈 장관은 지난 8일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관련 질문을 받자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고, 그들은 추방될(be deported) 것”이라며 “몇몇은 단순히 미국에 체류한 것뿐 아니라 범죄 활동에 연루돼 이미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상태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놈 장관은 한국인 근로자들이 현지 노동활동이 금지된 전자여행허가(ESTA) 또는 단기 상용(B-1) 비자를 받고 불법 고용된 불법체류자로 인식하고 있고, 일부는 불법체류 외의 범죄 혐의도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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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치소에 수감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당국자 인솔에 따라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강태화 기자

‘자진출국 과정에서 신체적 속박이 없도록 해달라’는 이날 조 장관의 요청은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됐던 자진출국 시점이 돌연 늦춰진 배경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당초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을 한국측이 준비한 버스편으로 전세기가 대기중이던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시켜 자진출국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 미국측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차량이 활용될 거란 관측이 나온 뒤 돌연 석방과 귀국 일정이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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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 소속 요원들이 4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조지아주 서베나에 공동으로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에서 현장 직원들의 몸과 다리를 수갑과 쇠사슬로 묶고 있는 모습. 사진 ICE 동영상 캡처

만약 ICE가 놈 장관의 언급처럼 “법대로” 불법체류를 인정하고 풀려난 한국인 근로자들의 수송을 맡았다면 근로자들에게 수갑 등을 채워 공항으로 이동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 당국의 입장에선 한국인 근로자들은 불법체류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이민법 위반자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근로자에게 수갑을 채우지 말고 이동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출발이 스톱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향후 유사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국무부 워킹그룹의 신설”을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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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뉴스1

루비오 장관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특히 미국 경제와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화답했다.

이밖에 양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한 고위급 외교일정을 논의하고, 정상회담의 성과 문서를 빠른 시일내에 발표해 후속조치들이 적극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루비오 장관은 “내부적으로 검토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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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공장(HL-GA 배터리회사) 건설 현장에서 구금된 한국인을 태울 대한항공 전세기가 10일(현지시간) 하츠필드-잭슨 애틀랜타 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날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국민들의 현지 시간 10일 출발은 미측 사정으로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조 장관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한 논의와 함께 “대통령이 언급한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고, 이를 위한 협력을 모색해나가자”고 하자, 루비오 장관은 “대북 대화에 열려있고, 이를 위해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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