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청래 단독으로 “특검법 재협상” 밝히자, 김병기 “정청래 공개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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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내부 회의를 마친 뒤 원내대표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특검법 개정안 합의가 불과 14시간 만에 증발됐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1일 오전 9시 5분쯤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어제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지도부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어제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핵심은 기간 연장이기 때문에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협상이 된 것은 특검법 원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처럼 밝혔다. 정 대표의 일격에 코너에 몰린 김 원내대표는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원내지도부와의 긴급 회의를 거듭하던 김 대표는 잠시 기자들 앞에 나타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 그래”라고 말했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6시 38분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을 마치고 나온 뒤 “합의문을 크게 불러드리겠다”며 운을 뗀 뒤 “민주당은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의 수정 요구를 수용한다”고 말했다. 문진석 민주당,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설명한 특검법 관련 합의안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수사인력 증원을 최대 10명까지로 최소화하며 ▶수사기간 종료로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한 뒤에도 특검이 계속 지휘하도록 한 내용은 삭제한다는 게 골자였다.
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는 합의 내용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글이 줄을 이었다. 한준호 최고위원은 “그 많은 의혹을 짧은 기한 내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재고해 주시라. 부탁드린다”고 썼다. 서영교 의원은 “특검 기간 연장, 인원 증원 사수! 타협은 NO!”라고 적었다. 전날 “어쩌다 이렇게 되냐 그래!”라고 통탄한 박선원 의원은 곧이어 “내란 특검은 반드시 기간이 연장돼야 한다. 안 그러면 내란 끝장내지 못한다”고 썼다. 친여 성향 온라인 게시판에 쏟아지는 비판에 강경파 의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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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 원내대표,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김 원내대표. 뉴스1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며 말을 바꿨다. ‘그럼 무엇으로 이해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가 돼 버렸다”며 책임을 여야 원내수석과 언론에게 돌렸다.

이와 관련,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직후 취재진에게 “3대 특검 관련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며 원안 처리를 공식화했다. “특검법 수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내 여러 이견이 많이 나왔고, 다시 국민의힘에게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3대 특검법 개정 협상은 결렬됐다. 법사위에서 통과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뒤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 법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사 기간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었다. 그 의견을 국민의힘에 제안했으나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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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협상 상대방이었던 송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입장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문제가 많았지만, 양보해서 어렵사리 합의에 이르렀던 것”이라며 “아침에 민주당으로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특검법 합의가 파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를 주장했는데, 취임 100일 기념 선물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선물을 보냈다”며 “향후 모든 국회 일정 파행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원내수석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간 합의가 6시간에 걸쳐 진통 끝에 이뤄졌는데 이렇게 잉크도 마르기 전에 밤 사이 뒤집힌다면 민주당 원내대표, 원내수석의 존재 가치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정청래 대표는 스스로를 ‘여의도 대통령’이라 착각하며 대통령의 협치 기조를 거듭 짓밟으며 국정을 혼란에 빠뜨리는 트러블 메이커”라며 “대통령의 말은 휴지조각이 되고, 정 대표의 폭주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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