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을 살린 인천 맨홀사고 피해자 이용호 씨와 가족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7월 인천 맨홀 사고에서 직원 구조를 시도하다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이용호(48) 씨가 장기기증으로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1일 이 씨가 지난 7월 14일 인하대병원에서 간과 양쪽 신장을 각각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오·폐수 관로 조사업체 대표였던 이 씨는 지난 7월 6일 인천시 계양구 한 도로 맨홀에서 쓰러진 근로자를 구하려 들어갔다가 함께 유해가스에 중독돼 쓰러졌다. 이 사고로 이 씨와 직원 등 2명이 숨졌으며, 발주처인 인천환경공단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씨는 선천적으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었지만 성실하게 일하며 삶을 꾸려왔다. 목공과 만들기를 좋아했고, 상하수도 점검 일을 배우며 스스로 회사를 차려 일했다. 필리핀 출신 아내와의 사이에서 5남매를 두었으며 막내는 아직 생후 4개월에 불과하다.

가족들은 그를 집안일과 육아를 함께하며 아이들과 놀아주던 자상한 남편이자 친구 같은 아버지였다고 회고했다. 몸이 불편한 자신보다 더 아픈 이들을 먼저 챙기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도 전했다.

뇌사 장기기증으로 3명을 살린 인천 맨홀사고 피해자 이용호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씨를 잃은 유족은 5명의 아이들이 숭고한 생명나눔으로 다른 이들을 살린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아빠를 기억하길 바라며 기증을 결심했다고 기증원은 전했다.

유족은 “5남매가 아빠를 숭고한 생명 나눔으로 기억하길 바란다”며 기증을 결정했다. 아내 이시나 씨는 남편에게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누나 이정화 씨는 “네가 지키려 했던 가족들을 우리가 함께 지켜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용호 씨의 장기기증은 갑작스러운 사고 속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살린 숭고한 선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