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 새만금공항 건설 제동…"어느 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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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인용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정부의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국제공항 건설 계획의 환경영향평가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봤다. 지난 2022년 9월 사업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법원에 따르면 정부의 공항건설 계획을 취소하라는 첫 판결이기도 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 이주영)은 11일 오후 시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선고에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원고들 중 공동주택 낮 층간소음 기준인 57dB(데시벨) 이상 영향 지역에 거주하는 3명만을 적법한 원고로 인정하고 나머지 1294명의 청구는 각하했다.

“어느 공항보다 조류충돌 위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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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재판부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으로 침해되는 공익이 달성되는 공익보다 크다고 판단했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점 ▶서천갯벌 자연환경에 미칠 악영향 ▶경제성이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업계획이 객관성과 합리성이 없어 부당하다고 봤다.

먼저 재판부는 국토부가 새만금 공항의 조류충돌 위험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 사건 타당성평가에서 공항 입지를 선정하며 조류충돌 위험을 평가하지 않았고, 그 결과 조류충돌 위험이 입지 선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이 사건 사업부지의 조류충돌 위험이 국내 어느 공항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음에도 평가 대상 지역 축소 등을 통해 그 정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새만금 공항의 연간 예상 조류충돌횟수는 반경 13㎞ 기준 최대 45.929회로서 인천공항 2.997회, 군산 0.048회, 무안국제공항 0.072회에 비해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한다”며  “피고가 이 사건 부지와 조류 서식환경·규모가 유사하다고 주장한 무안국제공항에서 실제로 여객기 참사가 일어났다”고 짚었다.

“서천갯벌 환경 악영향 불가피…구체적 대책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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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 주정완 기자

새만금공항이 부지 인근의 서천갯벌 환경에 미칠 영향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봤다. 서천갯벌은 공항 부지로부터 약 7㎞ 떨어진 곳으로, 습지보호지역·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서천갯벌은 매년 90만 마리의 개체를 부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멸종위급종인 넓적부리도요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이 사업으로 해당 부지에 서식하는 조류들의 취식지·휴식지 파괴 및 축소, 개체수 감소 등의 악영향은 불가피하다”며 “이 사건 사업은 부지와 생태적으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는 사업이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검토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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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소식을 전해들은 원고들이 기뻐하고 있다. 최서인 기자

경제성과 관련해 재판부는 "이 사업은 비용편익비가 0.479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돼 사실상 경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은 채 추진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사업으로 인해 침해될 공익∙사익보다 상당한 우위에 있어야만 그 추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소송과 별개로 환경영양평가 진행  

이 소송은 지난 2022년 9월 ‘국민소송인단’이 철새 도래지인 새만금의 조류충돌 위험성, 갯벌 보전 등을 주장하며 제기했다. 이 소송을 둘러싸고 그간 환경단체서는 ‘기본계획 취소’를, 지역 건설 협회서는 ‘신속 추진’을 요구하는 집회·시위가 이어져 왔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행정법원 앞에는 수십명의 원고들이 종이로 만든 새 모양 모자를 쓰고 결과를 듣기 위해 모였다. 소송을 제기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공동행동)은 판결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전의 개발 방식으로 이 세상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게 오늘 법원의 판단”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신공항 정책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법원 판결은 양측이 2주 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취소소송과 별개로 새만금 공항 사업 기본계획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새만금공항 사업은 ‘계획타당성 평가 및 전략환경 영향평가→기본계획 수립·고시→환경영향평가→실시계획 수립·고시의→착공’ 단계로 진행된다. 2028년 준공을 목표로 새만금 지역 부지 205만6000㎡에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 소송도 진행 중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행정소송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3월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 1028명이 참여해 국토부를 상대로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건설사업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본계획을 고시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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