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갯벌 고립된 70대에 구명조끼 벗어주고…실종 30대 해경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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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한 고(故) 이재석 경장. 인천해양경찰청

갯벌에 고립된 70대 노인을 구조하려고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준 뒤 실종된 30대 해양경찰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11일 해경에 따르면 중부지방해양경찰청 특공대는 이날 오전 9시 41분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이재석(34) 경장을 찾았다.

앞서 이 경장은 이날 오전 3시30분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갯벌에서 중국 국적의 70대 A씨가 고립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구조작업 중 실종됐다.

당시 사고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선 이 경장이 A씨에게 부력(구명)조끼를 벗어주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함께 현장을 빠져나오다가 A씨는 오전 4시 20분쯤 해경 헬기에 의해 구조됐지만 이 경장은 실종됐었다. 구조된 A씨는 발이 여러 군데 찢어지고 저체온증을 호소하긴 했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한다.

해경은 이 경장이 갑자기 불어난 바닷물에 휩쓸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이 경장의 순직 경위를 밝히기 위해 구조 과정 전반을 면밀하게 조사할 예정이다.

순직한 이 경장의 한 동료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친구였다. 이렇게 갈 줄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경장은 2021년 7월 해양경찰 순경 공채로 입직했다. 2013년 1월 해병대를 만기 전역한 뒤 오랜 수험생활을 거쳐 해경이 됐다고 한다. 임용 후엔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300t급 경비함정과 영흥파출소에서 근무했다.

성격이 좋아서 동료들의 평판도 좋았고 맡은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해양경찰교육원 교육생 시절엔 학생장으로 활동하며 해양경찰교육원장 표창을 받았다. 임용 이후에도 안전 관리 분야 등 업무 유공으로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과 인천해양경찰서장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한 달 전엔 순경에서 경장으로 승진했다. 이 경장의 승진 소식에 파출소장과 팀장 등이 모두 모여 축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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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재석 경장이 11일 인천 영흥도 갯벌에서 고립된 70대 중국인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있는 모습. 인천해양경찰서

이 경장의 소셜미디어(SNS)에는 “더 좋은 사람이 되자”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하자”는 글이 남았다. 해경 동료들은 이 경장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경찰관”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경장의 장례는 중부해경청장 장(葬)으로 오는 15일까지 5일간 엄수된다. 영결식은 15일 오전 10시 30분 고인이 소속된 인천해양경찰서 청사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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