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주유엔 대사에 차지훈…李 연수원 동기·선거법 사건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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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외교의 최전방 직책으로 꼽히는 주유엔 대사에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18기)인 차지훈 변호사가 내정됐다. 외교관 출신이 아닌 인물이 유엔 대사를 맡는 건 1990년 이후 처음이다. 차 변호사는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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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엔 대사로 발탁된 차지훈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웹페이지 캡처

11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초대 주유엔 대사에 차 변호사가 부임한다.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이 대통령 기조연설에도 동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유엔 대사는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 변호사는 2020년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참여했고 2009년부터 8년 동안 성남시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했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순천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이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국제연대위원장, 법무부 국제투자분쟁 법률자문위원 등을 지냈지만 외교와 관련해 공개된 경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유엔을 무대로 다자외교의 최전방에 서는 주유엔 대사를 맡기에 경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2년 임기의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며 이달 한 달 동안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 등 진영 간 대립으로 유엔 내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안보에 직결된 북핵 문제는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지구 전쟁 등 국제 안보 현안을 조율해야 하는 만큼 주유엔 대사의 역할은 더욱 막중하다.

역대 유엔 대사를 살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외교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외교관이 투입됐다. 1990년 4월 검사 출신의 고(故) 현홍주 전 대사가 유엔 대사를 맡은 뒤로는 항상 직업 외교관이 유엔 대사에 발탁됐다. 차 변호사가 유엔 대사로 부임한다면 비외교관 출신으로는 35년 만이다. 유엔 대사는 직업외교관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전문성과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해 공관장으로 발탁할 수 있는 특임 공관장 자리지만 외교 경험이 미흡한 인물이 맡기에는 무게감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한편 이재명 정부 초대 주러시아 대사에는 이석배 전 주러대사가 내정됐다. 이 전 대사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러시아 대사를 맡았다. 이 전 대사는 1991년 러시아 전문관으로 입부해서 주러시아 공사와 참사관,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를 거쳐 러시아 대사까지 지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 대사는 러시아에 대한 이해가 깊고 내재적 접근이 탁월하며, 고위급을 아우르는 대러 네트워크도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1985년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한 뒤 1987년 런던정경대(LSE)에서 소련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거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맡을 정도로 러시아어 실력도 탁월하다. 이 전 대사의 부친은 문화공보부 장관과 대통령 공보수석 등을 지낸 고 이웅희 전 국회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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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배 주러시아 대사. 주러시아 한국 대사관 웹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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